지난달 22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시내 주택가. 아파트가 거의 없는 이곳 주택가 지붕은 모두 올록볼록 양철로 만든 함석지붕이다.

"이게 그냥 지붕이 아니에요. 여기선 '함석지붕계의 루이비통'으로 통합니다."

김창규 포스코 미얀마 법인장은 유난히 반지르르 빛이 나는 지붕을 가리키며 말했다. 1997년 미얀마에 진출한 포스코는 1999년부터 공장을 가동, '수퍼스타'란 브랜드의 함석지붕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주로 기업을 상대로 거래하던 포스코가 미개척지인 미얀마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지붕을 파는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미얀마 인구는 약 6000만명. 가구의 90% 이상이 단독주택이다. 양곤 시내에서 30분만 차를 타고 나오면 함석도 아닌 마른 풀로 엮은 지붕을 쓰고 있다. 그나마 함석지붕도 4월부터 8월까지 우기를 지나면 금세 녹이 슬어 버린다.

포스코는 우기에 잘 버티도록 여러 차례 코팅한 함석지붕을 생산해 고급 브랜드를 입혔다. 아연 도금한 냉연 강판에 녹색 별 모양 로고를 찍으면 수퍼스타가 완성된다.

김창규(오른쪽) 포스코 미얀마 법인장이 미얀마 양곤의 건축자재 도매시장에서'수퍼스타'브랜드의 함석지붕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문만으로는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포스코는 현지 톱스타를 광고에 기용해 지붕재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다. 또 '부모님 댁 지붕을 바꿔 드리러 가자'는 광고로 효심 깊은 미얀마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 광고로 순식간에 인지도가 올라갔고 미얀마에서는 '수퍼스타' 로고가 찍힌 지붕을 올리는 게 큰 유행이 됐다. 같은 제품이라도 이 로고가 찍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격이 10%씩 달라진다. 아들이 수퍼스타 지붕을 해줬다는 도킨산 나잉 할머니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 광고여서 친숙한 데다 지붕 색깔도 변하지 않고 오래가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경쟁사였던 일본 업체 4곳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다른 업체들이 수퍼스타 로고인 녹색 별 모양과 비슷한 '짝퉁'을 팔 정도가 됐다. 베트남·인도·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단연 최고 인기 제품이다.

양곤 최대 건축 자재 시장에서 만난 현지 도매상은 "수퍼스타는 인도 제품보다 값이 2배 가까이 비싸지만 단단하고 품질이 우수해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김 법인장은 "지방 출장길에 녹색 별이 찍힌 지붕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만드는 함석지붕의 재료는 베트남에서 온 냉연강판이다. 포스코 베트남 법인은 열연코일을 수입해 냉연코일로 제조한 후 미얀마를 비롯한 아시아·유럽·아프리카에 수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호찌민에서 80㎞ 떨어진 붕따우 푸미 공단에 항만을 갖춘 공장을 세워 2009년부터 가동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 120만t. 동남아 최대 규모의 냉연강판 공장이다. 경쟁사인 신일본제철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과 쯔엉 떤 상 베트남 대통령이 이 공장을 방문해 성공 노하우를 배워갈 정도로 유명해졌다.

남식 포스코 베트남 법인장은 "중국의 대대적인 저가 공세로 이 지역의 철강 시장 경쟁은 극에 달한 상태"라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급 브랜드를 사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생존의 길을 뚫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