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호재로 판단됐던 담배 세금 인상이 도리어 KT&G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설령 인상되더라도 인상분 2000원이 전부 다 복지 재원으로만 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8일 증권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담배 가격 인상안이 통과될 경우 KT&G는 갑당 순매출단가가 약 49원씩 오를 전망이다. 이는 최소한 100원대의 매출 단가 인상을 기대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추정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순매출단가 상승이 이 정도에 그친다면 오히려 가격 인상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소비량 감소를 가격 인상이 메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담배값을 2000원이나 올리면 현재 47.3%인 흡연율이 37%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이 경우 KT&G의 영업이익은 20%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5년 담배가격을 500원 인상했을 때와 비교하면 올해 담배시장은 지난해보다 4.6% 줄고, 내년에는 12.6%나 위축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며 "아무래도 인상 초기에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또 하나 있다. 담배 가격을 2000원이나 올리다보니 소매인들의 유통 마진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담배를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담배 소매인 제도는 담배사업법(16조)에 따라 꽤 까다롭게 운영된다.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기존 담배 판매점과의 거리 규정(50m) 규제도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원이나 올리면 담배 판매가 급감할텐데 소매인의 마진을 더 떼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다들 아예 담배 판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도 "소매인 마진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KT&G는 지난해 5월만 해도 7만원대 초반에 거래됐으나 대선이 다가올 수록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담배값을 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10월 16일 한때 9만2300원까지 치솟았다. 애널리스트들이 "담배값 인상에 베팅하라"는 리포트를 쏟아낸 것도 그 즈음이었다. KT&G는 현재 7만원대로 떨어져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에는 김 의원 발의안이 그대로 통과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 저소득 흡연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힘이 넘치는 정권 초기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내수 판매량 45억갑을 기준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세수가 연간 7조원 이상 확보된다"면서 "강행될 확률이 충분하다고 보여져 투자자들에게 비중 축소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력 2013.03.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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