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직장인입니다." "아니, 학생입니다."

한 회사의 회의실에서 제품 타깃에 대한 광고 회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광고기획팀장은 직장인을, 차장은 학생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인들이 일하다 지칠 때 먹는 초콜릿, 학생들이 공부하며 먹는 초콜릿, 과연 어떤 타깃이 더 좋을까?

이 장면은 롯데제과가 '고함량 천연카카오'란 콘셉트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최근 내놓은 드림카카오 광고에 등장하는 화면이다.

그런데 정답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대답이다. 직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앞서야 하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이토록 중요한 마케팅 의사 결정 과정을 유머러스한 광고로 보여주며 소비자의 의견을 묻고 있다.

◇시장 쪼개고 타깃 소비자 정해

이 광고는 마케팅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소비자의 참여'다. 마케팅 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작금의 시장을 '3.0 시장'이라 명명하며 3.0 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참여'를 꼽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고객의 참여는 이제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기업에서 누리던 권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연결된 고객'에게 이양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운 기자

둘째로 챙겨볼 부분은 '타깃'이란 개념이다. 왜 직장인 아니면 학생으로 타깃을 좁게 설정해야 하는 걸까? 모든 사람에게 다 팔면 안 되나? 직장인으로 타깃을 잡았다면 학생이 구매하러 왔을 때 안 팔아야 하는 걸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해답은 바로 STP에 있다.

STP는 '시장 세분(Segmentation)'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각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전체 고객 중에서 시장을 특정 기준에 따라 쪼개는 것을 '시장 세분'이라 하고 쪼개어 놓은 세분 시장 중에서 타깃 그룹을 설정하는 것을 '타기팅', 타깃 그룹의 인식 속에 어떤 콘셉트로 다가가 어떤 위치에 자리매김할 것이냐가 '포지셔닝'이다. 세 가지는 마케팅의 핵심 요소이다.

◇어정쩡하면 실패한다, 날을 세워라

사오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치약은 오로지 하나였다. 럭키치약 하나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행복하게 이 잘 닦으면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큰 상점을 찾아가면 치약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종류는 무려 수십 가지다. 아이들을 위한 과일향 제품부터 치아 미백용, 치주 질환 방지용, 구취 제거용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치약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의 취향이 언제부터 이렇게 다양해진 것일까? STP의 프레임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 치약 하나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를 닦던 단일 시장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세포분열하듯이 잘게 나누어진 것이다. 이런 시장 세분은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 했던가. 다양한 소비자 그룹의 다양한 니즈(수요), 그런 세분된 각 그룹의 세분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이 만들어 낸 다양한 제품이 지금 대형마트의 진열대에 쌓여 있는 다양한 치약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장을 잘게 쪼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매출 규모가 더 커질 것 같다고? 그야말로 오해이고 착각이다. 이젠 한 제품으로 모든 소비자를 만족하게 할 수가 없다. 지금의 소비자 그룹은 더 이상 수십 년 전처럼 한 치약으로 만족하며 살던 단일 그룹이 아니다. 자신을 만족시켜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 오늘도 온·오프 매장을 찾아 나선다. 요즘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소비를 추구하는 존재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어정쩡한 콘셉트의 평범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 준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제대로 만족하게 할 수 없다란 말의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이른바 에지(edge), 날이 서 있어야 한다. '차별화'란 화두에 기업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다.

특별해지고 싶은 소비자를 공략하라

'틈새'를 찾아야 한다. 창의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나누어 비어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 틈새라는 의미의 '니치(Niche)'는 그동안 주류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절박한 생존 차원에서 뚫고 들어가야 할 소극적 개념을 의미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제 세상은 나만의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했다. 평균적인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던 기존 대중은 사라졌다.

세상은 '획일적인 대중사회'에서 '잡식성 대중사회'로 변모했다. 시장을 향한 융단폭격식 광고를 통해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전략은 이제 성공하기 힘들다. 이제 대중의 평균적 기호를 파악하는 통계 조사는 잊어버리자. 소비자는 저마다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고, 그런 소비자를 위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품과 소비자만이 살아남는 게 현재의 소비 시장이다.

햄버거를 팔더라도 아이를 타깃으로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팔 것인지, 외환 딜러처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일하는 프로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미래의 성공을 위한 열정의 에너지원'으로 팔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STP! 우리 기업의 상품, 우리 기업의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들의 인식 속 어떤 위치에 자리매김할 것인지 지금 이 순간, 진지한 성찰과 연구가 필요한 문제다. STP를 알아야 시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