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인상을 놓고 시멘트 회사와 레미콘·건설사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시멘트 회사가 작년 대비 10%를 올리겠다고 나서자 건설사는 오히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렸으니 시멘트 값도 인하해야 한다"고 맞섰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시멘트·레미콘 공급 중단 사태가 닥칠 우려도 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양시멘트·쌍용양회·현대시멘트 등 7개 주요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달 레미콘 회사에 공문을 보내 시멘트 공급가격을 10%가량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시멘트 회사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시멘트 가격을 내린 데다, 인건비·전기요금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됐다"는 입장이다. 국내 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멘트 산업의 내수시장 규모는 2007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다. 2012년 소비량은 4395만t으로, 전성기였던 1997년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시멘트의 80%를 소비하는 레미콘 회사들은 "가격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멘트는 석회석, 제철 부산물(슬래그) 등의 원료를 유연탄으로 구워 만든다. 이 중 유연탄은 시멘트 원료비의 80%를 차지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월 22일 기준 국제 유연탄 가격은 1년 전보다 20%가량 하락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근후 전무는 "시멘트 회사는 값을 올릴 때마다 유연탄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구매 관련 모임인 '건설회사 자재직 협의회'(건자회)도 긴급회의를 열어 "시멘트 가격을 6% 낮춰야 한다"는 공문을 시멘트 회사에 보냈다. 건설사들은 3월에 시멘트 회사들이 인상된 가격으로 청구서를 보내오면 즉시 반려하기로 했다.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충돌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에는 레미콘 업체들이 공급 중단 의사까지 밝히며 대치하다, 정부 중재로 가격을 조정했다.

이번에는 인상 폭에 대한 입장 차가 예년보다 커서 중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시멘트 회사가 가격 인상안을 고수할 경우 해당 회사 계열의 레미콘 회사에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