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델브스 브리턴 지음|문희경 옮김|어크로스|347쪽|1만5000원

스타벅스 직원에서부터 백화점 점원, 자동차 판매원, 보험 설계사 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세일즈맨을 만난다.

이런 세일즈맨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던 세일즈 능력만 있으면 계층이나 사회적 지위, 교육 등 어떤 장애물도 쉽게 넘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세일즈는 굴욕적인 행위이자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극악한 형태라고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세일즈를 보는 시각은 두 번째가 지배적이며 '장사'는 지극히 낮게 평가됐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비즈니스란 컨설턴트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결투를 벌이며 주도해나가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일즈맨을 '거리의 장사꾼'이라고 업신여긴다.

하지만 '장사의 시대' 저자 브리턴은 "세일즈란 장사로 밥벌이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기술이자 삶"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면서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은 결국 판매자가 되느냐 구매자가 되느냐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항상 무언가를 사고판다. 부모는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본다는 믿음을 판다. 학생과 근로자는 학교와 조직에 자기의 능력을 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행위를 판다.

심지어 달라이 라마도 세일즈를 한다.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보는 달라이 라마는 난해한 불교 철학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 곤경에 처한 티베트를 중국의 폭정에서 구하고 행복을 파는 사람이다. 달라이 라마의 전기에 따르면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세상의 언어를 독학으로 배우면서 항상 사람들이 그의 입장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일종의 세일즈인 셈이다.

그렇다면 세일즈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성공하는 세일즈맨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연구하기 위해 저자는 세계적인 화장품 판매사 에스티로더부터 이슬람 시장의 모로코 상인까지 다양한 전문가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세일즈의 미덕은 '회복탄력성'이다. 모로코 상인 마지드는 이를 '넉넉한 품'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험한 일을 당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능력이고, 성공과 실패를 똑같이 생각하는 능력이다. 넉넉한 품을 가진 장사꾼은 거절과 실패를 최후의 성공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키는 과정쯤으로 여긴다.

또 성공적인 세일즈맨은 '행복하게 지는 사람'으로도 표현된다. 상품을 홍보할 때마다 우울해지고 소중한 관계를 해칠까 봐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유능한 세일즈맨을 판별하는 데 우울증 환자 연구를 기반으로 제작된 셀리그먼의 '귀인양식설문지(ASQ)'를 활용한 결과, 자신감에 찬 낙관주의자가 두려움에 휩싸인 비관주의자보다 판매 실적이 훨씬 높았다.

이 밖에도 저자는 고객이 원하는 물건뿐 아니라 구매 동기를 정확히 간파해내는 능력과 좋은 이야기꾼이 되는 것도 세일즈맨에게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세일즈에 성공하기 위해 모로코 상인들은 손님의 결혼반지와 치아상태, 거친 손, 아주 살짝 내비친 허영기나 수줍음, 긴장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이 책에 따르면 최고의 세일즈맨이 갖춘 능력만 있다면 사회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다. 사회에서 성공은 다른 사람을 '읽고' 자신의 행동과 전력을 적절히 조율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장사 수완은 인생에 폭넓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편 세일즈 과정에서 직면하는 불안과 거절,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는 삶이 우리 앞에 펼쳐놓은 처벌의 농축 된 형태기도 하다.

저자는 세일즈는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창조하는지 이해하고 남들도 우리의 창작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줄 때 만족감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