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과학페스티벌. 한 소녀가 바퀴가 4각형인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도형을 익히고 있다. /미국 수학박물관 홈페이지(http:

수학 시험만 보면 망치고 오는 딸아이가 답답한 직장인 홍진우(45)씨. 요즘 여학생들은 남학생 못지않게 수학을 잘한다고 하던데, 우리 딸만 예외인가 싶어 걱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학원에서는 곧잘 하다가도, 학교 시험만 봤다 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도 해보지만, 별다른 답이 나오질 않는다.

미국 연구진이 이런 아빠들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 줄 연구결과를 내놨다.

조 프라이스 브리검영대 경제학과 교수와 마이애미·러트거스대학 공동연구진은 학술지 '경제적 행동과 조직' 최근호에서 "압박감을 줄여주고 시험을 반복해서 보게 하는 경우 여학생들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나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남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여학생보다 좋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한 번 치르는 시험 환경에서 나타난 결과들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치러진 수학 시험에서 연구진은 다른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24곳의 초등학교에서 수학 시험을 각각 다섯 번씩 치르도록 했다. 그 결과 여학생들의 성적은 첫 시험을 제외하고는 남학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좋게 나왔다. 시험의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여학생의 성적이 올라간 것이다.

연구진은 다른 관점의 실험도 동시에 진행했다. 먼저 성적이 비슷한 남학생과 여학생을 짝을 지어놓고 제한시간 5분 안에 누가 많은 정답을 맞히는지를 겨루도록 했다. 동점일 경우에는 먼저 끝낸 학생이 이기는 것으로 했다. 승자에게는 작은 선물도 준다고 했다. 시험 결과 남학생들은 10점 만점에 1점 정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다른 방법으로 진행한 시험에서의 결과는 달랐다. 연구진은 제한된 5분의 시간 안에서는 동점일 경우 먼저 끝내는 사람이 이긴다는 규칙을 없앴다. 또 "이 시험은 경주가 아니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의 심리를 편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조건만 바꿨더니 여학생의 성적은 첫 시험부터 남학생에게 뒤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지켜본 제시카 퍼셀 브리검영대 수학과 교수는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학생이었을 때나 교수로서 시험을 주관할 때의 경험을 보면,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뒤지지 않곤 했다"고 말했다. 퍼셀 교수는 이 연구의 참여자는 아니다. 프라이스 교수는 "여학생들은 경쟁적인 환경에서 겁을 먹곤 한다"면서 "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부모가 학교의 시험 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안정감을 주는 노력만으로도 딸아이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이다.

"수학 성적만 높이면 명문대를 갈 수 있다"고 딸아이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수학 하나쯤 못해도 괜찮으니 평소 실력대로 편안하게 시험을 보라"고 다독여주는 게 아빠가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