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엔 늘 반복되던 현상입니다. 임기가 다한 정부와 취임 준비에 매진하는 신임 정부의 동거 기간이 가격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때거든요."

12월과 1월에 밀가루부터 고추장, 분유 등 가공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데 대해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가공식품은 지난해 중반부터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MB 물가'를 단속하자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눈치를 봤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정권 교체기가 되자 한꺼번에 원가 부담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인상 요인이 있는 제품 가격은 한꺼번에 많이 올리고, 인하 요인이 있는 제품 가격 조정엔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식품 가격 인상이 문제 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식품업체들과 지난해 12월 중순과 지난 22일 두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25개 식품업체 임직원이 참여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부당이득을 얻는 곳은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비공식 경로로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 업체들은 앞에서는 "알겠다"고 답했으나, 돌아서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 하는지 저희야 알 수 있나요"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 생활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집중 관리 대상으로 꼽은 52개 'MB 물가〈키워드〉'는 1년 전보다 8.7%(산술평균 기준) 급등했다. 1월의 전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5%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운 수치다. 1월 한 달 동안에도 많이 올랐다. 'MB 물가' 품목 중 식용유가 한 달 전보다 9.7% 올랐고, 두부 2.4%, 콩나물 2.3%, 밀가루 3.4%가 각각 올라 전월 대비 1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0.6%를 크게 웃돌았다. 밀가루·김치 등을 생산하는 일부 가공식품 업체는 2월 들어서도 6~8%씩 가격을 올렸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식품 가격 인상 요인이 있고, 정권 교체기에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릴 것이 예상됐다면 미리 움직여야 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