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대출 잔액 330조원…비중 6년새 15% 증가
-경기·부동산시장 침체 시 상호금융 대출 부실 우려

전체 가계대출 중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6년 사이 15% 증가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연령층·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돼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민간부문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금융연구원·조세연구원·국제금융센터가 27일 공동으로 발간한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959조4000억원으로 2011년 말보다 5.2%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중 금리가 비교적 높은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30조336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말 29.9%에서 지난해 말 34.4%로 15.1% 늘었다. 지난해 말 비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이 18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 79조6000억원, 여신전문회사 39조6000억원, 저축은행 8조9000억원 순이다. 2006년과 비교하면 상호금융 대출 잔액은 2.1배 늘었고 여신전문회사 1.6배, 보험 1.5배, 저축은행이 1.2배 증가했다.

◆ 저소득·고연령층 채무상환능력 악화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고연령층의 채무상환능력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소득 1분위의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인 총부채상환비율(DSR)은 2009년 3월 18.12%에서 2012년 3월 23.34%로 5.2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의 DSR은 26.26%에서 28.82%로 2.56%포인트 늘었다.

연령대로 보면 지난해 3월 20대의 DSR은 16.86%이지만 60대 이상은 23.49%였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부동산 자산의 비중과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커 고연령층은 만기가 도래하면 일시적인 원금상환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되면 가계부채 부담이 민간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0세 이상 연령층은 대출 대부분이 주택과 연관돼 있는데 주택매도가 어려워지면 대출금 상환을 못 하고 소비증가를 막는다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일수록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을 처분 가능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부담이 커지면 민간부문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돼 기업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2010년 상반기 5.4%에서 2012년 상반기 5%로 하락했고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2011년 상반기 33.3%에서 지난해 상반기 37%로 상승했다.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0.97%에서 지난해 말 1.18%로 올랐다. 한계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0년 말 35%에서 지난해 6월말 41%로 상승했고 차입금에서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에 72.4%에서 77.8%로 올랐다. 보고서는 "건설·해운·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 대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업종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축銀 PF대출 안정…상호금융은 불안

저축은행 부실을 야기했던 PF 대출은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PF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1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3조1000억원으로 줄었고 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9%에서 8.9%로 감소했다. 다만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말 기준 51.2%로 2010년 말 19.8%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말 기준 PF 채권에 대해 1조원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저축은행들이 신규 PF 대출을 억제하고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어 PF 대출로 저축은행이 대규모로 부실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호금융조합은 부동산담보 대출 의존도가 높고 손실 흡수 여력이 부족해 경기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상호금융조합(새마을금고 제외)의 총 대출은 204조원으로 이 중 부동산담보대출이 161조6000억원으로 79.2%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57조9000억원, 비주택담보대출은 103조7000억원이었다. 작년 9월말 총 대출 연체율은 4.28%로 2008년말 3.8%보다 0.48%포인트 늘었다.

회사채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신용등급과 저신용등급 기업 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전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7%에서 지난해(1~9월) 0.01%로 급감했다. 또 BBB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비중은 2008년 17.7%에서 지난해 1~10월 7.1%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이나 저신용등급 회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지면 조만간 이들 회사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고신용등급·저신용등급 간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