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매달 이동통신사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성 통화나 데이터 용량을 절반 정도밖에 못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있다는 뜻이다.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가격을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고가(高價)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권유해 '통신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자 옥죄는 스마트폰 요금제

한국소비자원은 휴대전화(3G· LTE) 이용자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자메시지 이용량은 기본 제공량의 평균 34%에 불과했다고 19일 밝혔다. 무선 데이터 이용량도 59%(월 5만~7만원 기준)에 그쳤다. 예를 들어 매달 6만2000원을 내는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에 가입하면 매달 5기가바이트(GB)의 무선 데이터를 쓸 수 있는데 실제 사용량은 3GB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음성 통화 사용량도 평균 79%에 머물렀다.

조사 결과 LTE 가입자의 월평균 요금은 4만9485원으로 나타났다. 3G(3세대) 이동통신 이용자보다 6600원이 더 비싸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LTE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GB 안팎"이라며 "월 4만~5만원 요금제면 충분하지만 대부분 판매점에서 권하는 월 6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를 쓰는 이유는 휴대전화 보조금 때문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쉽게 살 수 있게 보조금을 주고, 24개월 이상 장기 할부도 해준다. 대신 고가 요금제를 2년 이상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약정으로 소비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기본 용량을 다 쓰지 않아도 요금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소비자들은 요금제가 자신에게 과도하다고 느껴도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요금제를 낮추려면 그동안 할인받았던 금액을 한꺼번에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노예 요금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일단 가입자만 확보하면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통신 3사는 지난해 8조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쓰고도 올해 실적 전망은 밝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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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데이터는 이월하든지 요금 깎아줘야

한국소비자원은 사용 현실과 맞지 않는 요금제를 개편하고 맞춤형 요금제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통신사들은 비싼 요금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다 쓰지 못한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移越)해주거나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근본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 차라리 남는 데이터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요금에서 차감해주거나 가입 시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들도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조금 대신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을 선순환시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기존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듯 휴대전화도 소비자가 대형 마트 등에서 직접 사서 원하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너무 빨리 바꾸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4~5년 써도 충분한 휴대전화기를 1~2년마다 유행처럼 자주 바꾸는 행태가 통신사들의 장삿속과 맞물려 비싼 요금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