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소복이 쌓인 눈길을 달리게 된 건 행운이었다. 전날부터 20㎝ 가까이 눈이 내린 서울 시내는 그야말로 설원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500 4매틱(MATIC) 롱 데지뇨 에디션(Long Designo Edition)을 몰고 출근길에 나서자 눈길이 더 반가울 정도였다. 강설량은 많았지만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아 빙판에 미끄러질 위험이 크지 않았다. 많은 차량이 운행을 포기한 교통체증 없는 도로에서 네 바퀴 굴림 럭셔리 대형세단은 거칠 것이 없었다.
남산3호터널에 진입하기 전 소월길로 오르는 가파른 남산길에 도전하는 무리한 시도도 해봤다. 눈을 치우고 있던 사람은 후륜 구동이기 마련인 벤츠 대형세단이 나타나자 손을 휘저으며 말렸다. 그러나 탄력을 붙여 도전한 끝에 버겁긴 했지만 소월길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긴 차 이름에는 나름대로 뜻이 담겨 있다. '4매틱'은 4륜구동, '롱'은 긴 차체, '데지뇨(designo)'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인테리어 라인을 뜻한다. 대표적인 고급 대형 세단인 S클래스는 국내에 7종 나와 있지만 4륜구동은 딱 이 한 모델뿐이다.
4663cc, 435마력의 가솔린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이 차는 시속 100㎞ 도달하는 데 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 가속페달의 반응속도는 늦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묵직한 느낌을 잠시 참고 있어야 차가 움직인다. 가속페달에 발만 얹어도 팍팍 치고 나가는 다른 차들과는 '추구하는 세계관'이 다르다. 뒷좌석 VIP는 운전자가 언제 가속페달을 밟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경망스럽게 팍팍 튀며 출렁거리는 차보다는 이런 방식이 훨씬 안락할 것이다. 전형적인 '쇼퍼 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 '데지뇨 시트' 가죽 소재의 질감과 마무리는 안락함을 배가한다. 긴 차체의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활용해 의자를 앞으로 밀면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처럼 여유로운 자세를 취할 수 있다. 1억8890만원. 2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역시 큰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