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우연히 본 외국 아이돌 가수에 매료됐다. 그의 프로필과 노래가 궁금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이럴 땐 대부분 인터넷에서 해당 가수를 검색한다. 키보드만 몇 번 두드리면 아이돌 가수의 신상 정보와 음악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엄청난 검색 데이터,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는 각종 트렌드를 알려준다. 가령, 스타에 대한 검색 빈도는 곧 팬들의 관심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류를 이끄는 국내 아이돌 가수에 대한 전 세계 팬들의 관심 추이나 K팝 열풍이 계속될지도 엄청난 데이터로 확인해보면 어떨까. 조선비즈가 16일 구글 검색빈도 분석도구인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사용해 분석해보니,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의 가능성과 한계도 분명했다.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싸이를 제외하고는 한류 스타들은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만 인기를 얻고 있었다.

구글 트렌드는 특정 키워드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도를 검색 빈도로 보여주는 분석도구다. 최다 검색량을 기록한 날짜의 검색량을 100으로 하고 날짜별 검색 검색량 추이를 보여준다.

소녀시대, 싸이, 빅뱅

◆ SM 슈퍼주니어,소녀시대가 해외 관심도 '으뜸'

분석 대상은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3대 기획사 소속 '대표 선수'들의 검색 추이.

우선 각 기획사 남성 아이돌 그룹, 여성 아이돌 그룹 한 팀씩, 총 여섯 팀을 선정하고 각각 남녀 그룹별로 검색 빈도를 비교했다. 남성 아이돌그룹은 슈퍼주니어(SM), 빅뱅(YG), 2PM(JYP)이, 여성 아이돌그룹은 소녀시대(SM), 2NE1(YG), 원더걸스(JYP)가 분석 대상으로 뽑혔다.

빅뱅의 경우 ‘빅뱅이론(BIg Bang Theory)’에 대한 검색 빈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 ‘이론(Theory)’이라는 키워드가 제거되도록 설정했다(“Bigbang-Theory”). 반대로 소녀시대는 해외에서 ‘SNSD(소녀시대 각 철자의 자음만 영어로 줄여 쓴 것)’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 검색어에 함께 포함시켰다(“Girls’ Generation +SNSD”).

한류 스타를 구글 트렌드로 비교한 결과,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녀시대의 경우 나머지 여성 아이돌 그룹보다 월등히 앞서는 검색 빈도를 나타냈다. 슈퍼주니어는 최근 검색 빈도가 떨어졌지만, 다른 두 남성 그룹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빅뱅과 2PM(남성 아이돌 그룹), 2NE1과 원더걸스 (여성 아이돌 그룹)순이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가수 홍보에 적극적이었던 SM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인터넷 세상엔 국경이 없다. 인터넷에 SM 가상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슈퍼주니어,빅뱅,2PM 중 슈퍼주니어 검색 빈도가 가장 높다.
소녀시대, 2NE1, 원더걸스 중 소녀시대 검색 빈도가 가장 높다.

◆ 갑자기 뜬 싸이엔 소녀시대도 못 당해

말춤으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 싸이의 검색 추이는 어떨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싸이 검색 빈도는 높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강남스타일’을 발표한 이후 검색 빈도는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같은 해 10월엔 절정에 달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오른 기간(9월 27일∼11월 8일)에 구글 트렌드 그래프의 꼭짓점이 형성됐다.

싸이 검색 추이

잘 나가는 소녀시대도 싸이 검색 빈도에는 당하지 못한다. 싸이(psy)와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의 상대적인 검색 빈도를 비교해보면, 2010년 1월쯤 소녀시대가 싸이 검색 빈도를 잠깐 넘어서며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지만, 2012년 8월부터 싸이가 압도적인 차로 앞서갔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싸이 검색 빈도를 100이라고 보면 소녀시대는 27수준이었다. 검색 빈도 그래프는 각 변곡점마다 해당 뉴스가 있을 때는 뉴스도 함께 보여준다(A, B, C라고 표시됨). 싸이의 경우 지난해 11월 그래프엔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싸이 유럽 MTV상 수상(Bieber, Swift And Psy Score At MTV Awards’ 기사가 함께 뜬다.

 
◆ 한류 어디까지 갈까...아직은 ‘동남아’에서만 열풍

구글 트렌드는 지역별 검색 트렌드도 보여준다. 3대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 모두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를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소녀시대와 미국의 인기 연예인인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지역 관심도를 비교해보면, 소녀시대가 아시아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과 달리 저스틴 비버는 전 세계에서 골고루 관심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 김아영(26)씨도 “미국 현지에서는 싸이를 제외하고는 한국 아이돌 가수에 대해서는 아시아계 미국인 정도만 관심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소녀시대의 경우, 향후 검색 전망치가 양호하다는 점이다. 구글 트렌트는 일부 검색어에 대해서 검색 빈도가 앞으로 더 많아질지 적어질지를 예상한 결과도 제공한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망치를 제공하지 않는데, 싸이와 6개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소녀시대의 향후 검색 빈도 전망치가 나왔다. 현재 검색 추이대로라면, 소녀시대는 올 1월 중 역대 최고 검색량을 다시 한번 돌파하고 소폭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말, 2014년 초 역대 최고 수준 검색량에 다시 한번 접근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 트렌드를 이용하면,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해외 관심도를 비교해볼 수 있다. 그러나 검색 빈도는 다양한 트렌드 중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분석 도구일 뿐이다. 분명한 한계점도 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일하는 한 빅 데이터 전문가는 "구글 트렌드 도구는 구글에서 검색된 결과만을 가지고 통계를 낸다"면서 "구글검색이 그 나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령, 중국의 경우 검색포털인 '바이두'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중국에선 구글보다 바이두의 빅데이터가 좀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각종 징후들을 감지하는 기능과 몇 가지 예측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이를 과거 트렌드와 결합하는 분석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