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75㎞ 떨어진 소도시 야스페니사루에는 '삼성 테르에즈(Samsung Tér 1)'라는 지명이 있다. '삼성 광장 1번지'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유럽 TV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팔리는 TV의 절반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직원은 2800여명. 전체 인구 5000여명인 이 지역 주민 2명 중 1명은 이곳에서 일하는 셈이다. 벨로츠 미클로쉬 부장은 "이 공장을 20년간 다니며 키운 두 아들이 모두 헝가리 명문 공대를 나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며 "회사가 발전하면서 주민들도 일자리와 삶의 비전을 얻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989년 헝가리에 진출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처음 헝가리에 들어온 외국기업이다. 7개국과 국경을 맞댄 '유럽의 배꼽' 헝가리를 물류의 전진 기지로 삼은 것이다. 지속적 투자로 공장 면적(1만5000㎡)은 초창기의 10배로, 직원 수는 20배로 늘었다.

삼성전자 이규진 헝가리 생산법인장(오른쪽)이 LCD TV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헝가리의 '국민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지에서 팔리는 삼성 제품 중 14종 가운데 12종이 점유율 1위다. TV는 2000년에 일찌감치 1위에 올랐고, 작년 10월에는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휴대폰·청소기·오븐·세탁기 등도 점유율이 2위 업체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성공의 요인은 철저한 현지화 노력이다. 이규진 헝가리 생산법인장은 전 직원의 이름과 신상을 훤히 꿰고 있다. 그는 "작심하고 이력을 익힌 데다 매일 아침 공장을 돌며 직원과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최초의 현지인 해외법인장도 헝가리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승진한 이스트반 팍스코 판매법인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역 밀착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1억8000만달러이던 매출을 2년 만에 3억300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이 공장의 자보 안도르 사원은 "4년째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팍스코 법인장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