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몽고메리 지음|이현주 옮김|리더스북|318쪽|1만6800원
미국의 생활용품 회사 매스코는 1986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신화였다. 손잡이 하나로 냉온수 다 틀 수 있는 수도꼭지로 세계를 석권했다. 금고엔 현금이 넘쳤다. 창업자 리처드 머누지언은 여세를 몰아 가구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가구업체들은 다 영세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 여겼던 것. 매스코는 대대적인 투자를 앞세워 공격 경영을 펼쳤다. 얼마 있지 않아 세계 최대 종합가구 회사 반열에 올랐고 시장점유율 1위도 차지했다. 하지만 재무 구조는?
그 새 매스코의 순이익은 30%가 줄어 있었다. 32년 간 이어졌던 실적 상승은 마침표를 찍었다. 가구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매각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빠져나오기란 진출보다 더 힘든 법. 결국 6억5000만 달러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었다. "지난 35년 간 내가 내린 최악의 결정 중 하나…." 머누지언은 뒤늦게 탄식했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라는 워런 버핏의 말, 빈 말이 아니었다. CEO의 전략적 결정 하나가 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다는 사실. 이 책의 주제다.
'전략(Strategy)'이란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나온 단어. 싸움터에 출정한 장군이란 뜻이었다. 경영에서 전략이란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접근 방식을 말한다. 최고경영자는 군대로 치면 장수. 시장이라는 경쟁의 장에서 이기려면 스스로 전략가가 돼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리더들이 전략은 뒷전이라고 저자는 혀를 찬다. 전략이 조직 최상층부의 역할에서 전문가의 기능으로 내려앉은 지 오래. 그러다 보니 기업의 일상 활동이 전략과는 유리된 채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가 리더'의 복원, 이게 저자의 목표다.
가장 공을 들이는 대목은 또다른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성공 사례 해부다. 이케아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다. 시작은 1943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 나이 열일곱일 때였다. 회사는 일취월장을 거듭했다. 2010년 현재 26개국 280개 매장에서 6억2600만명의 고객을 상대한다. 매출 231억 유로, 순이익 25억 유로, 매출 총이익률 46%….
비결이 뭘까. 캄프라드의 말이 힌트다. 그는 툭하면 "우리는 개념(concept) 기업"이라 말했다. 목적이 있는 기업이란 뜻. 이케아의 목적은 명료하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싼 값에 디자인도 훌륭하고 기능성도 높은 다양한 가구 제품을 제공한다." 이케아는 이 문구를 신입사원에게 주입시키고 팸플릿으로 찍어 직원들에게도 나눠준다. 연차 보고서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케아의 저 명료하고 강렬한 목적이 시장의 오랜 요구를 만족시키고, 독특한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평한다.
목적은 퍼포먼스의 차이를 낳는다. 이케아 직원들은 자신들이 그저 값싼 가구를 파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급 가구를 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창조해준다고 믿는다.
모름지기 목적이란 강력한 전략선언서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어떤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우리가 남다르게 잘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등이 담겨야 한다. 그저 '우리는 홍보기업이다' '우리는 컨설팅 회사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면 목적은 없는 것이다.
전략이 모호하면 조직이 헤맨다. 직원들은 암흑 속에서 더듬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기업의 미래 니즈를 정확히 예상하지도,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해내지도 못한다. 그저 경영진의 눈치만 보고 머리를 굴려 전략을 추측하려 애쓰고 앞날을 때려 맞히려 한다.
반면 명확한 목적과 전략은 조직을 이끄는 나침반이 된다. 덕분에 누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그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남에게 분명히 내세울 수 있다. 고객과 투자자들도 회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직원들은 쓸데 없이 추측에 골몰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 전체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되는지, 회사는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공유된 생각을 토대로 그날그날 일을 추진해 나갈 뿐이다.
그렇다고 훌륭한 목적이 곧 훌륭한 전략인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훌륭한 전략은 단순한 열망이나 꿈을 넘어서는 것. 전략은 그 자체로 완전함을 갖추고 각 요소들이 내부적으로 조화를 이룬 시스템이다. 단 그 시스템은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훌륭한 전략은 확정되거나 완결된 것이 아니다.
도요타, 아마존 같은 위대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처럼 전략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강력하고 명확한 규정을 가졌다 해도 충분히 지침이 될 수 있는 고정된 전략은 없다. 애플의 부침 사례는 중요한 차별성도 덧없음을 말해준다. 경쟁 환경의 변화를 못 읽고 고정된 전략을 고수하면 고립된다. 기업의 목적은 경쟁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중요한 차별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략은 하나의 여정이다. 전략가는 이런 지속적인 과정을 이끌어가고 계속 주시하면서 확인하고 평가하고 결정하고 조치를 강구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묻는다. 리더가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회사에 그런 전략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직원들이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맥 빠진 기업이 된다. 그런 기업은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하지도 않고, 거래를 유지하고 싶지도 않게 된다.
진정한 전략가 리더는 자기 기업이 하는 일과 기업의 존재 이유에서 스스로 감동을 얻는다. "오늘 당신 기업이 사라진다면 내일 세상이 달라지는가?" 이 물음 앞에서 그들은 자신이 이끌어가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이 다를 거라는 생각에 가슴 벅차한다. 저자는 기업 경영의 의미를 삶의 최고점까지 끌어올린다. 장관(壯觀)이다.
오늘날 최고경영자를 다시 전략 수립과 실행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만든 하버드경영대학원의 EOP(Entrepreneur, Owner, President) 프로그램 강의를 묶은 책이다. 35개국에서 모여든 164명의 경영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업 내용이 알차다. 매스코, 이케아, 구찌, 도요타, 애플 같은 유명 기업들의 성패 사례를 두고 소크라테스 같은 문답법으로 교훈을 끌어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같은 교실의 수강생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경영과 관리의 어떤 비방이나 테크닉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회사나 조직의 근본 문제를 밑바닥에서부터 되짚어보게 만드는 중량감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