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반까지 전일대비 변동폭이 기껏해야 5원 정도였는데 지난주부터는 10원 이상 되는 날이 많아졌다. 4일 외환시장에서도 환율은 12.8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부터 별다른 조정 없이 꾸준히 하락해 온 환율이 몇 가지 상승 요인 출현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요인은 유럽 은행들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상환과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주식매도이며 국내 요인은 정부의 금융거래세 외환거래세 등 강력한 외환규제 방안 발표다.

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치겠지만 국내 경제 펀더멘털과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고려할 때 환율 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지난주부터 환율 변동폭 커져, 하루 10원은 기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주부터 급등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28일 19원 급등했다가 다음날인 29일 11원 급락했고, 지난 1일 8.4원 오른 뒤 이날 12.8원 떨어졌다. 지난해 전일대비 환율 변동폭이 연평균 3.3원이었고, 지난 4분기에는 1.8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동폭이 매우 커진 것이다.

최근 환율이 상승했던 주요 원인을 보면 해외에서는 유럽 경기회복과 유럽 은행들의 LTRO 상환 소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LTRO를 이용했던 유럽 은행 중 278곳이 1372억유로(약 200조원)를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외국인의 연이은 주식 순매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 운용사 뱅가드 펀드의 펀드 운용 기준(벤치마크) 변경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실 부장은 "뱅가드가 우리나라 분류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바꿨기 때문에 신흥국 투자펀드에서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던 자금을 빼야 하는데 기술적 이유 때문에 월 4800억원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가야 한다"며 "유럽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다른 투자가들까지 불안감 때문에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채권거래세, 외환거래세 등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이러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후 지난 1일까지 사흘간 환율은 14.9원 상승했다.

◆ 지난해 6월부터 조정 없이 꾸준히 하락… 환율 상승 요인 출몰에 급등

이같은 국내외 환율 상승 요인은 지난해 6월 1180원대에서 꾸준히 하락해 왔던 환율에 충격을 줬다. 약 6개월동안 환율 하락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는데 갑자기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거는 조정 요인이 발생해서 변동폭이 평소보다 커졌다. 이런 환율 상승 요인이 출몰할 때 환율이 급등했다가 그 다음에는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으로 다시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그동안 조정기간 없이 계속 하락해 쏠림현상이 있었는데 유럽 변수, 정부 외환 규제 방안 등 상승요인들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급등락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원화매도, 달러매입 통한 유로화 매입과 함께 북한 리스크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여 달러화 환율이 1060원선 아래로 떨어지고 100엔당 원화 환율이 1200원선을 밑돌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도 환율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니까 외국인 투자가들이 미리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조정 국면 거치겠지만 환율 하락 기조는 여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 기조는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과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도 300억~320억달러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오는 15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데 양적완화와 환율전쟁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거나 진정될 수 있다"며 "어쨌든 여러 변수들 사이에서 환율이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지만 조정을 거치고 나서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최근 증시 쪽에서 외국인 자금 흐름이 불안정하고 환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