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입춘이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한파에 떨고 있습니다. 폭설이나 매서운 강바람 때문이 아닙니다. 구조조정 때문입니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증권사 가운데 올 들어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작은 증권사가 아닌 대형증권사 중에서, 그것도 규모가 가장 큰 대우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대부분 중소형사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우증권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증권사 감원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은 지점을 없애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의 지점은 1681개. 2011년 9월보다 98개가 줄었습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대표는 "증권사의 특징은 생기기만 하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인데 올해는 다르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다. 일부 증권사는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잔뜩 얼어붙은 여의도 증권가지만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의 한파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거래소입니다. 한국거래소의 작년 말 임직원 수는 714명으로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인 4년 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임직원 수는 2008년 714명에서 2009년 705명, 2010년 684명, 2011년 678명으로 매년 줄었습니다. 공공기관에 지정되면서 정원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한국거래소는 최대한 감원을 지연시켰습니다. 정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현원을 유지하면서 전체 임직원 수를 줄이는 속도를 최대한 늦춘 것입니다. 2011년의 경우 정원은 653명이지만 현원은 671명으로 정원보다 18명 많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정원이 695명으로 늘어나면서 현원과 전체 임직원 수도 늘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원 규정 때문에 신입사원들을 수습 신분으로 분류시켜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직원 전환했다"며 "주로 신사업을 담당하는 파생상품이나 코스닥시장 쪽 인력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직원이 늘어남으로 해서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느끼는 증권사 직원들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어려울 때 직원이 늘어난 한국거래소에 대한 시선은 차가울 뿐입니다.
한국거래소의 주주들인 증권사들은 힘겹게 불황을 견디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의 최대 관심사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일 뿐입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지금이 공공기관 해제를 논의할 때냐. 답답하다"고 토로합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도 필요하지만, 지금 한국거래소에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주주이자 고객인 증권사와 증권사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력 2013.02.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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