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알고 보면 실속 없는 '속 빈 강정'."

우리 수출의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출과 수입을 더한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조677억달러를 기록,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2002년 13위였던 세계 순위는 G7(선진 7개국)인 이탈리아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무역 1조달러라는 숫자에 취해 수출의 실상은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한국산 휴대폰·자동차·TV가 인기를 끌고, 무역 규모가 커졌다지만 정작 '내 살림살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출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고, 일자리도 제대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느끼는 수출 증가에 따른 체감효과도 미미하다.

◇대기업 위주 수출 한계

'무역 1조달러, 세계 8강'과 같은 말의 감동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대기업에 치중된 수출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수출 비중은 2009년 62.8%에서 2011년 66.8%까지 꾸준히 늘었다. 고용이 적은 대기업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면서 파급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 수출이 10억원 늘어나면 2000년엔 15.7명의 일자리를 더 만들었지만, 2010년엔 그 숫자가 7.9명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에 현지 생산기지를 잇달아 지으면서 부품 형태의 수출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중국으로의 수출 가운데 95%는 중간재 수출. 수출액은 늘었지만, 협력업체 등에 끼치는 산업 연관 효과는 줄어든 것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정보기획실 문진욱 과장은 "업계에선 부품 수출과 같은 국내 기업 간 수출을 전체 수출의 30%로 추산한다"며 "완성품 수출보다 국내에 끼치는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 지난해 56.7%를 나타냈다.

◇선진 시장에선 성장 정체

선진 시장에서 한국산(産) 제품의 점유율이 줄면서 수출이 증가한 것만큼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 미국 수입 시장의 3.31%를 차지했던 한국산의 비중은 지난해 2.59%까지 떨어졌다. 5.39%였던 일본에선 4.56%까지 줄었다. 유럽연합(EU)에선 2010년부터 수출액이 2년 연속 감소하며 0.85%까지 떨어졌다. 최종 상품을 소비하는 선진 시장 수출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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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에서 미국·EU·일본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35%에서 지난해 27%로 급감했다. 반면 중국은 22.1%에서 24.1%로, 아세안은 10.4%에서 14.1%로 늘었다. 국내 수출의 순증(純增)이 신흥시장 위주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동향분석실장은 "EU에선 역내 교역의 확대와 중국 등의 성장이 우리 발목을 잡았다"며 "미국과 EU 등 선진 시장은 우리로선 브랜드 가치 등을 생각했을 때 밀리면 안 되는 곳"이라고 우려했다.

10대 품목에 절반이 몰려

수출 품목이 일부에 집중된 것도 '속 빈 강정'을 만드는 이유다. 수출이 늘어도 일부만 그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석유제품·자동차·선박·휴대폰 등 국내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8%. 미국(24.2%), 일본(32.6%) 등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인 중국(28.1%)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연구원은 "해당 산업이 호황일 땐 좋지만, 불황이 오면 전체 산업계가 영향을 받는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이 급증한 것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석유제품의 경우, 국내 4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 파는 구조다. 협력업체 등에 대한 낙수(落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규모를 수출했을 때 느껴지는 효과는 조선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비해 미미하다.

대기업·중간재 위주의 수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WTO(세계무역기구)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부가가치는 수출 규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기업의 최종재 수출을 늘려 수출 부가가치를 늘리고, 서비스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태환 연구원은 "상품 수출의 15% 수준인 서비스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자원이 없는 우리로선 법률, 의료 등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