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펀드 자전거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열린 자산운용산업 공청회에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자전거래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이나 홍콩 같은 나라들은 자전거래에 대한 규정이 시장친화적이다. 한국도 이제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자전거래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펀드 판매채널 확대, 사모펀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을 꺼내 든 금융당국은 끝내 자전거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자전거래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자산운용사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자전거래는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간에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이 펀드가 팔고, 다른 펀드가 사는 식이다. 자전거래는 펀드의 수익률을 자산운용사가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금지돼 있다.
다만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물량을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자전거래를 허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자전거래를 악용해 펀드 수익률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감사원이 한 대형 자산운용사가 정부 연기금을 운용하면서 34건의 자전거래를 일으켰다고 적발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전거래에 대한 규제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현재의 자전거래 허용요건이 '시장을 통한 처분이 어려운 경우'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허용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일단 자전거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걸 모두 규제한다면 모든 자산운용사가 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며 "펀드 간에 똑같은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전제하에 자전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자산운용사의 자전거래는 명확한 불법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정기예금은 중도해지가 가능한 신탁자산이기 때문에 자전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산운용사는 한 펀드에서 운용하던 1150억원 규모의 정기예금을 다른 펀드에 이체하는 등 불법 자전거래를 한 것이다.
자전거래를 활용해 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하는 사건은 잊을 만 하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는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모범규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법까지 위반하며 불법 자전거래를 하던 이들이 협회 차원의 규준을 얼마나 지킬지 확신할 수 없다. 자산운용업계가 규제 완화를 외치려면 스스로 자정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입력 2013.02.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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