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가 굉음을 내며 지상을 박차고 올랐다. 무서운 기세로 하늘로 치솟은 나로호는 발사 54초 만에 고도 7.2㎞ 지점에서 음속을 돌파했다. 나로호 꼬리의 주황색 섬광이 연료 주입과 엔진의 분사가 모두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차 발사 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폭발했던 137초 구간도 문제없이 통과했다. 발사 후 3분35초. 한국 연구진이 가장 긴장한 순간. 나로호 2단의 위성 보호 덮개(페어링)가 정상적으로 분리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2010년 8월 1차 발사 때는 한 쌍으로 된 페어링 중 하나가 분리되지 않는 바람에 위성이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페어링 분리를 위해 한국 연구진이 만든 2200V 고전압 기폭화약이 방전 때문에 제대로 터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항우연 연구진은 28V 저전압 기폭화약을 사용해 방전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로부터 14초 뒤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이 임무를 다한 뒤 엔진이 정지했다. 다시 2초 뒤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분리됐다. 1단과 2단 사이의 화약이 20㎲(마이크로세컨드·1㎲는 100만분의 1초)라는 찰나에 폭발해 분리가 이뤄져야 궤도 이탈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2차 발사 때 나로호는 그 전에 이 단계를 관장하는 부분에 고장이 나 공중 폭발했다. 당시 러시아가 만든 1, 2단 분리볼트에서 방전이 일어나면서 오폭발이 일어났고, 나로호의 동체가 산산조각 났다.
나로호는 1, 2차 때 실패를 불렀던 마(魔)의 구간을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속도도 초속 약 4.9㎞까지 올랐다. 곧이어 6분35초 지점에서 한국이 만든 2단 로켓의 엔진이 불을 뿜으며 점화를 시작했다. 우주 발사체로서 나로호의 비행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발사 후 7분35초 만에 나로과학위성이 나로호 2단 로켓에서 분리됐다. 나로과학위성과 나로호 2단을 연결하는 원형의 금속링이 폭약에 의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발사 후 9분이 지난 순간, 나로과학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다는 신호가 나로우주센터 관제센터에 접수됐다. 지난 10년간의 숱한 논란과 실패의 기억을 떨쳐버리는 순간이었다. 숨죽이고 있던 한·러 연구진은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리며 서로 얼싸안았다.
나로호가 목표한 궤도는 지상 300~1500㎞의 타원형. 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지구에서 가까운 궤도는 298㎞, 먼 궤도는 1504㎞를 유지할 만큼 거의 오차가 없는 정밀한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5시 정각.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제 한국은 우주 강국을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며 "한국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 2020년에는 우리 기술로 우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로호 개발 주역인 조광래 단장은 "너무 늦게 성공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오늘의 성공으로 국민의 성원에 작으나마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나로호가 발사된 지 1시간26분이 지난 오후 5시 26분. 북극 지역 상공에 도달한 나로과학위성이 노르웨이 수발바르 기지국에 보낸 첫 신호가 포착됐다. 나로과학위성이 애초 목표했던 궤도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지구를 돌고 있다는 의미였다.
☞회피 기동
발사대를 이륙한 직후 고온·고압의 화염으로 인한 발사대 손상을 막기 위해 방향을 트는 동작.
☞킥 턴(kick-turn)
발사체 이륙 후 20초간 900m 상공까지 치솟은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태평양 상공으로
향하는 동작.
☞페어링 분리
발사 후 215초에 나로호 맨 위쪽의 위성보호 덮개를 떼내는 동작. 지난 1차 발사 때 제대로 작동 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