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위성발사체(KSLV-1) 나로호가 세번째 도전만에 발사에 성공했지만 한국 우주개발에서 남은 과제는 많다.

이미지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 차례 발사 과정에서 나로호 상단 킥모터 기술과 나로과학위성, 나로우주센터 추적기술과 발사대 기술은 상당 부분 국산화했지만 나로호를 실제 우주 궤도에 가장 가깝게 올려놓는 핵심기술인 1단 액체로켓 엔진 기술은 러시아에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소형위성발사체 나로호개발 과정에서 발사체 핵심 기술 수준이 평균 46.3%에서 83.4%로 향상됐다. 상단 킥모터 기술은 선진국 대비 97.5% 수준에, 발사장 기술은 선진국의 90%에 이른다. 반면 액체로켓 추진 기술은 69%에 머물고 있다는 것. 선진국과 약 10년 이상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액체로켓이란 액체상태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분사한 뒤 혼합시켜 연소시킬 때 나오는 힘으로 날아간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형 우주발사체 상당수가 액체 로켓 엔진을 사용한다.

나로호에 사용되는 액체로켓 엔진은 러시아 로켓엔진 개발회사 에네르고마쉬사가 만든 RD-151엔진이다. 이 엔진은 추력 170톤(t)급으로, 140t 무게의 나로호를 196㎞ 상공까지 쏘아올린다. 이 엔진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앙가라에 장착될 RD-191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RD-151엔진은 2009년 첫 발사 때부터 '개발과정에 있는 시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별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RD-191의 추력만 조절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나로호는 당초 과학로켓 KSR-3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가 2002년 돌연 해외 선진국과 공동 개발로 급선회했다.

당시 국내 로켓전문가들은 2개 분파로 나뉘었다. KSR-3를 바탕으로 가압식 엔진을 사용하자는 입장과 터보펌프 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터보펌프는 엄청난 무게의 우주발사체를 들어올리기 위해 액체산소와 연료(케로신)을 1초에 500㎏ 태울 수 있는 핵심기술로 한국에는 없고 우주발사체를 운용하는 4~5개 국가만이 보유한 기술이다. 결국 터보펌프 방식이 결정돼 해외 도입이 추진됐고 러시아와 프랑스, 우크라이나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지만 손을 잡은 것은 러시아였다.

나로호 엔진은 2004년 9월 체결된 한·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이 체결된 직후만 해도 한·러 연구진이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2006년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맺고 1단은 러시아가, 상단인 2단 킥모터는 한국이 개발을 맡으면서 자체 개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러시아측은 1단 로켓 기술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1·2차 발사 당시 나로우주센터에 파견한 16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을 보안 관계자를 채우고, 1단 분리후 낙하한 1단 로켓을 철저히 수거하는 등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핵심기술인 액체엔진의 기술이전은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며 "러시아와 공동 개발을 통해 발사체 체계기술과 운용 경험을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1년 한국형우주발사체(KSLV-2)에 사용할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올초 추력 30t급 액체엔진 시제품을 제작한 데 이어 75t급 엔진 설계에 들어갔다.

한국형 발사체는 길이 45m, 중량 200t급으로, 1.5t급 실용위성을 실어나르게 된다. 100㎏짜리 과학위성을 쏘아 올리는 2단 로켓 나로호보다 추진력을 2배가량 높인 3단형 로켓 방식이다. 이 한국형 로켓을 위한 예산은 1조5500억원 규모. 나로호 개발 예산의 3배다.

하지만 액체엔진 개발에는 선진국인 러시아조차도 10년이 넘게 걸렸는 데다 KSLV-2는 로켓 엔진 여러 대를 한데 묶는 클러스터링기술을 처음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발사까지 예상기간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은 총 1000명 규모지만 현재 항우연 등이 보유한 발사체 관련 전문인력은 채 400명이 안 된다.

개발인력 1000명을 채우려면 6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교과부는 산업체와 대학 인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항우연이 발사체 개발의 거의 모든 과정을 독점해온 구조에서 국내의 기업과 대학 등 민간에는 이렇다 할 전문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우주전문가는 "나로호 개발과는 별도로 로켓엔진을 꾸준히 개발하지 못해 결국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 갔다"며 "핵심인 액체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차분하고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