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있는 육백산 정상 부근. 전날 내린 폭설로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제설작업이 한창인 도로를 따라 해발 900m 고지대에 들어서자 눈 사이로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요즘 같은 겨울철엔 밤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일 년 중 절반 이상이 겨울이어서 봄철인 5월에도 눈이 내리는 곳이다. 캠퍼스 중앙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서자 천장에 달린 조명이 켜졌고, 난방도 시작됐다. 그런데 30분 후에 다시 같은 곳을 가봤더니 이번에는 불도 안 켜지고 따뜻한 바람도 나오지 않았다. 강원대 도계캠퍼스의 노경호 설비담당 계장은 "난방온도와 가동시간을 IT시스템에서 미리 설정해놓으면 정해진 시간에만 조명·난방기가 작동한다"며 "사람이 건물이나 강의실에 없을 때는 조명·난방기가 돌아가지 않아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강원대 도계캠퍼스 직원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교내 난방시설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대학교 건물은 냉·난방비 지출이 많고, 실내·외 조명을 켜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도 상당하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빈 교실 전등 끄기' '냉·난방기 사용 자제' 운동으로 에너지를 아꼈다. 하지만 최근엔 똑똑한 IT를 활용,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하고 실시간 제어를 통해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 '에너지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학생 수 늘었는데 에너지 사용은 줄어

이전에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겨울철만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캠퍼스 내 건물들의 동파(凍破)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그렇다고 24시간 난방을 가동하기에는 난방비 부담이 상당했다. 강원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 2011년 말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구축했다. 캠퍼스 내 난방기·조명·환기장치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설치 이후 난방기는 사람이 없는 밤 시간에 작동과 멈춤을 반복하면서 동파를 막기 위한 최저온도(영상 7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스템 설치 이전엔 밤에 난방기를 계속 돌려야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도 캠퍼스 내 건물 설비를 작동할 수 있다"며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에서 즉시 알려준다"고 말했다.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2009년 3월 개교 이후 해마다 학생 수가 늘어났다. 2010년 1300여명에서 2011년에는 2000명 이상으로 불었다. 그러나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겨울철 전기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3%가 줄었다. 전기요금도 5000만원이나 줄었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IT시스템으로 관리한 덕분이다.

대학 캠퍼스에도 '그린' 바람

국내외 대학들도 최근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운영시스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말 부산의 신라대는 캠퍼스 내 15개 동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과 바닥난방, 조명 등의 에너지소비를 제어하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을 설치한 LG전자는 연간 13.5% 이상의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환 LG전자 상무는 "신라대 사업 성과를 토대로 전국 주요 대학으로 그린캠퍼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는 2011년 초부터 미국 IBM과 협력, 캠퍼스 내 60개 건물과 대학 병원의 에너지 사용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BM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냉·난방부터 급탕, 조명, 설비 운영과 관련된 건물들의 동향을 정밀 분석할 수 있다. 건물에 설치된 각종 센서와 기기로부터 수집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 에너지 소비에 대한 예측부터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포대는 지난달 LG엔시스와 손잡고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버(대형 컴퓨터) 환경 구축을 마쳤다. 가상화 기술은 서버나 데스크톱 PC의 컴퓨팅 능력을 높여 실제보다 몇 배 많은 처리능력을 구현한다. 쉽게 말해 1대의 장비로 2대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22대의 서버를 3대의 가상화 서버로 옮겨 전기 사용 등을 줄였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억70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는 대학을 포함한 전 세계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 시장이 매년 14%씩 고속 성장,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60억달러(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