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현 지음|휴먼큐브|259쪽|1만5000원

2011년 조선비즈가 KOTRA와 함께 친환경 투자를 주제로 국제 행사를 준비할 때였다. 세계 각지 무역관들을 통해 섭외한 수많은 녹색 분야 국내외 투자자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한날 한시에 모으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연히 준비 과정도 첩첩산중이었다. 무엇보다 행사가 임박해서도 참가자와 기업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실무자들은 애가 탔다. 스프레드시트로 만든 명단을 보며 전화통을 붙들고 일정을 조율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다.

급기야 조선비즈의 지식사업팀장은 KOTRA측 책임자에게 '구글 문서도구'를 함께 써보자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급격히 줄었고 일은 훨씬 수월해졌다. 담당자들은 새로운 업무 방식의 위력에 감탄했다. '왜 진작에 몰랐을까' 하는 표정들. 행사가 끝난 후 KOTRA의 다른 부서들도 이 방식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조선비즈 지식사업팀은 1년에 크고 작은 전시회와 콘퍼런스를 10여 차례 치른다. 대규모 국제행사만도 4~5개에 이른다. 행사마다 웹 관련 업무가 수두룩하다. 팀원 수가 얼마나 될까. 단 두 명이다. 100~200명 규모의 포럼도, 1만 명이 참석하는 대형전시회도 다 거뜬히 소화해 낸다. 어떻게 가능한가. 구글을 활용한 온라인 실시간 협업 방식이다.

지난해 어느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기 시작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은 디지털 시대 직장인의 염원이자 숙제다. 저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면 개인이 보다 자유로운 일상을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현장의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점점 범용화하는 디지털 기술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도 업무의 질도 높이고, 아낀 시간을 자신과 가족에게 쓸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디지털 마법이 '구글을 잘 쓰는 직장인' 즉 '구잘직' 프로젝트다.

책에는 구잘직 프로젝트를 3년 간 직접 업무에 적용해 얻은 노하우가 빼곡하다. 조선비즈 총괄이사 겸 연결지성센터장인 저자는 2009년 12월 회사 출범 때부터 구글앱스를 활용해 클라우딩 컴퓨팅을 어떻게 조직의 DNA로 체화해 나갔는지 보여준다.

가령 조선비즈는 회사에 필요한 각종 디지털 요소를 범용 서비스인 구글에서 차용한다. 전 직원은 자기 일에 필요한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별 구성원의 웹마스터화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웹오피스에 기반한 '원 소스-멀티 퍼블리싱'이다. 생산과 저장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통일함으로써, 어떤 디바이스로라도 인터넷에 연결만 할 수 있으면 누가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아카이빙을 적용한 결과 조선비즈는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에 99% 근접해 있다. 구글의 '문서도구'에서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시작하고, 결재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보고나 회의도 태블릿으로 이뤄진다. 각자 앉은 자리에서 전자 결재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회사 의사결정 과정도 크게 줄었다.

책의 장점은 현장 실무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것. 입사 당시만 해도 웹사이트 관련 일을 100% 외주업체에 맡겨 관리했던 한 팀장은 노력 끝에 스스로 웹마스터로 변신한 후 이렇게 고백한다. "어린 시절 레고를 통해 장난감에 대한 자율권을 얻었듯이 직장인으로서 '사이트 도구'를 통해 웹사이트에 대한 자율권을 얻었다. 그럼으로써 나는 비로소 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고, 새로운 변수에 즉시 대응이 가능해졌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법을 익히는 것은 산업화 시대로 오면서 직장인들이 잃어버렸던 자립과 자생 기술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의 다양한 요소들을 '레고 블록'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상관을 받들어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구글 사이트 도구는 변덕이 심한 경영진에 대한 방어무기"라는 대목에서 귀가 솔깃할 테고, 외부 업체와 협력 사업이 잦은 직원들은 "'갑'의 변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최고 수단이 구글 앱스"라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얻은 업무의 노하우를 왜 굳이 외부에 알리려 드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공유야말로 협업의 시작과 끝이라고. 나아가 공유와 협업의 정신이 창의력을 낳고 개인과 조직, 사회의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자신하는 것처럼, 이 책이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소중한 삶의 시간을 속수무책 희생당하고 있는 직장인, 조직을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해 보고 싶은 경영인에게는 단비 같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