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김모(45)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 40분에 퇴근했다. 아침 7시에 출근해 8시간 근무하고 대낮에 퇴근하는 이런 생활은 1주일간 계속됐다. 12~13일 주말은 푹 쉬었다. 14일부터는 1주일간 오후 3시 40분에 출근해 새벽 1시 30분에 퇴근하는 생활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8시간, 오후에 출근하면 연장근무를 포함해 9시간 일하는 이른바 '주간연속 2교대제'를 2주간 시범 운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밤샘 근무를 안 하니 생활 리듬이 좋아졌지만 과연 노조 약속대로 근무 형태가 바뀌어도 수입이 줄지 않을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줄어들자 생산량도 그만큼 줄어
현대·기아차는 오는 3월 4일부터오전 1시 30분부터 7시까지 밤샘 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 도입한다. 사측은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종전 수준으로 지급하고, 노조는 생산성을 높여 생산량은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의 시범 운영 결과는 약속과는 딴판이었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현대차 울산과 아산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종전 6900여대에서 6300여대로 8.7%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이런 식이라면 올해 현대차 생산량은 18만대 정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시범 기간엔 생산라인 속도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 논의 중인 세부 시행 방안만 합의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아차도 지난해 3월 말 2주간 주간연속2교대 시범 운영을 했다. 당시에도 하루 평균 생산량이 5500여대에서 4700여대로 800여대나 줄었다. 10개월 이상 시간이 지났지만 생산성 향상은 한 발짝도 못 나간 셈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근무 형태를 바꾸면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402대에서 432대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울산(5개)·아산 등 6개 공장 총량이기 때문에 라인별로는 시간당 2~3대씩만 늘리면 되는 양이다. 사측은 한국 공장의 UPH가 현대차 해외 공장 어느 곳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답답해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UPH 증가분만큼은 아니라도 일정 수준의 인력 증대는 필요하다"며 버티고 있다.
현대차는 사실상 국내 공장의 생산량 감소를 감내하는 쪽으로 올해 생산계획을 세웠다. 24일 발표한 2013년 사업계획에는 지난해 191만1000대 국내 생산에서 올해는 185만대 생산으로 낮췄다. 수출도 124만4000대에서 118만2000대로 무려 5%나 줄어드는 걸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해외공장이 지난해 249만9000대 생산에서 올해 281만대 생산으로 12.4%나 늘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환율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국내 공장의 생산비는 계속 올라가고 효율성이 계속 떨어지는데 국내 공장에만 매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너무 복잡한 근무 형태
근무 형태를 변경하는 세부 조건 합의가 어렵다는 점도 앞으로 논란거리다. 이는 현대차의 복잡한 근무 형태와 관련이 크다. 현대차 근로자들은 지금 평일 주야 10시간+10시간으로 맞교대 근무를 하고, '주말특근'을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고 있다. 주말특근은 토요일 오후 5시에 출근해 14시간 밤샘 근무를 하고 일요일 오전 8시에 퇴근한다. 이 주말특근은 근무 강도가 약해 실제로는 12시간 남짓 일하면 되고, 급여는 최대 3.5배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사측은 이 주말특근 제도를 평일과 똑같이 8시간+9시간 근무 시스템으로 바꾸려 하고 있고, 노조는 임금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주말특근이야말로 노조가 앞장서 주장해온 비인간적인 근로 행위이자 대표적인 '장시간, 고비용, 저효율 근로'"라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이런 비난을 의식해 종전 주말 야근 체제와 8+9시스템 사이의 제3의 근무 형태를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생산직 직원은 "일부 직원은 두 명이 짝을 이뤄 한 명이 2인분 일을 하고, 한 명은 휴게실에 쉬다가 교대하는 식의 품앗이도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일을 해도 될까 걱정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