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새마을금고 명예 이사장은 이 금고 과장과 짜고 2009년 4월부터 43차례에 걸쳐 담보물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134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공시지가가 1300여만원에 불과한 충북 옥천군의 한 야산을 감정평가도 받지 않은 채 담보로 잡고 3억9000만원을 대출하기도 했다. 대출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기도 했다. 결국 이 새마을금고는 부실 운영으로 235억원의 손실을 내고 지난달 자진해서 청산했다.

#지난해 5월 경기 광주시에 있는 신협의 한 직원은 경찰서를 찾아가 13년간 87명의 통장계좌에서 32억원을 인출한 사실을 자백했다. 13년간 해당 신협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1500만원이 인출된 뒤 다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고객이 신고하고서야 감사에 들어갔다.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상호금융기관이 급격히 커진 몸집에 비해 관리감독이 허술해 자칫하면 저축은행 사태 처럼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호금융기관의 총 자산규모는 약 450조원으로 시중은행의 20%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는데다 감독할 주무 부처도 곳곳으로 쪼개져 있어 지역 조합 및 금고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상호금융기관의 금고·조합 수는 2011년말 기준 새마을금고 1448개, 신협 955개, 농협 1165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35개 등 총 3793개다.

◆ '비과세 혜택' 몸집만 커진 상호금융…금융사고 속출

상호금융기관은 상호유대를 가진 사람을 조합원 등으로 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은행이나 보험사와 같은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예탁금에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 상호금융기관을 육성했다. 그러나 일반인도 최저 몇 천원의 출자금만 내면 조합원 자격을 얻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서민뿐 아니라 저축 여력이 있는 고소득 계층이 상호금융기관을 더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기획재정부의 '2012년도 중앙행정기관 조세감면평가서'에 따르면 농협의 경우 2011년말 62조4165억원의 비과세 예탁금 중 농·어민 조합원 예탁금은 19.1%인 11조9252억원에 불과했다. 비과세 혜택 자격을 취득하기 쉽고 비과세되는 이자·배당소득은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합산되지 않아 상호금융기관 이용자와 총 자산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의 총 자산은 2008년말 316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약 450조원으로 4년새 44.5% 증가했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기 전인 2011년 6월 기준 전체 저축은행 총 자산 76조7000억원의 약 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상호금융기관 수신액은 252조9208억원에서 378조581억원으로 49.5% 늘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수신액이 1023조730억원에서 1216조2610억원으로 15.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가파른 속도다. 당초 상호금융의 이자소득세(14%) 비과세 혜택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었지만 2015년까지 연장되면서 앞으로도 자금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 감시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 상호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각 중앙회가 해당 상호금융기관을 일차적으로 검사를 하는데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금고 및 조합 3793개에 대해 세밀한 점검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중앙회에 있는 400여명의 감사 및 지도 인력이 지역 금고를 돌아가면서 감사하지만 1400여개의 조합을 문제없이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1100여개에 이르는 지역 농협과 축협 조합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2년에 한 번 감사하는 게 고작"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호금융에서는 2008년 이후 매년 60건 안팎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피해금액은 연간 200억~3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이는 지점 수가 상호금융보다 약 2배 많은 은행권에서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발생한 연 평균 금융사고 발생 건수(71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 외부감사 안 받고 감독체계는 중구난방

현재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외부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총 자산이 450조원에 달하는 상호금융사는 외감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금융회사는 금융위원화와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하지만 상호금융사에 대한 감독은 4개 기관으로 쪼개져 있다. 감독은 크게 감독기관이 직접 검사를 나가서 해당 기관이 건전한지 살피는 '건전성 감독'과 전반적인 운영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감독'이 있는데, 금융위·금감원이 포괄적·건전성 감독을 모두 담당하는 곳은 신협이 유일하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이 두 가지를 맡고 있다. 반면 농협·수협은 농식품부가,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포괄적 감독을 하고 건전성 감독은 금융위 금감원이 담당한다.

감독 대상의 숫자도 많은데 감독 기관이 흩어져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감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등은 자체적으로 금고나 조합을 감사하고 금감원이 검사를 지원한다. 그러나 금감원이 한 해에 검사를 나가는 조합·금고는 70~80개로 전체 조합·금고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농·수·산림조합은 건전성 감독만 하기 때문에 금감원이 검사할 수 있는 자료도 대손충당금 적립 처럼 건전성과 관련된 부분으로 제한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권한이 흩어져 있어서 검사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문제점이 발견돼도 (시정을 명령하지 못하고)해당 부처에 통보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사 인력이 부족해 금감원이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나 농림수산식품부는 금융회사를 검사할 수 있는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 중앙회에 감독권을 위탁하거나 금감원과 합동조사를 한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한 해에 몇 개 조합을 검사했는지 기초적인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농·수협을 포괄적으로 감독하는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지도나 감독은 농·수협 중앙회에 위탁하고 검사 필요성이 있으면 금융위나 금감원에 요청한다"며 "매년 일정한 수의 조합을 검사하는데 별도로 통계를 갖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8만7815건에서 168억원의 연체이자를 초과 징수했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아무런 감독을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도 새마을금고가 설립된 지 50년 가까이 된 2011년 9월에야 처음으로 새마을금고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335개 새마을금고가 6906건, 1조3892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에서 담보인정비율(LTV) 규정을 위반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적정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금고 수를 2011년 45개에서 지난해 100개로 늘렸고 올해는 약 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체 조사를 하는 조합 수도 지난해 798개에서 올해 8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독 부처가 다르다 보니 상호금융조합 사이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위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도 행정안전부나 농림수산식품부의 규제를 받는 상호금융에 도입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신협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데 규제에 시차가 생기면 그 사이에 쏠림 현상이 발생해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며 "규제는 동일한 시점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