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고객과 품질'을 핵심 가치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감성 품질'의 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숫자'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진정한 '프리미엄 성능'에 중점을 둘 겁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양웅철(59) 부회장은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차량 개발 방향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양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와 UC데이비스에서 석·박사를 마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소에서 18년간 일하다 2004년 현대·기아차 전무로 영입됐다.

일본 도요타의 특허 장벽을 피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양 부회장의 작품이다. 엔진과 전기 모터의 동력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도록 클러치를 자유자재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기술은 현대·기아차만 갖고 있다.

'뻥연비' 없애고 체감 성능 높인다

그는 "오랜 투자와 노력 끝에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분야는 업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감성적으로 인정하는 프리미엄 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제원표의 숫자대로라면 독일 명차들에도 뒤지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쏘나타 GDI'는 BMW 528i와 배기량이 같은데도 출력이나 토크는 월등히 높다. 그러나 이런 숫자 차이가 실제 주행 성능에서 그대로 발휘된다고 인정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528i 가격이 쏘나타의 딱 두 배인데도 잘 팔리는 이유다.

"좋은 차는 오래 탈수록 더 갈고 닦아지고 더 탄탄하게 느껴져요. 무조건 비싸다고 프리미엄은 아니에요. 좋은 차를 절대 비싸지 않게 만드는 건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억지로 높인 숫자상의 성능, 숫자상의 연비를 두고 자동차 소비자들은 '뻥출력', '뻥연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양 부회장은 "앞으로는 그런 걸 이용하는 세일즈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했다. "최고 출력 위주가 아니라 실제 성능에서 인정받는 차를 만들기 위해 엔진 개조 작업을 시작했어요. 엔진 종류도 수십종이나 돼서 고객이 헷갈릴 정도인데 간소하게 조정 중입니다." 엔진뿐 아니라 승차감, 조향 성능(Ride & Handling)을 높이고 소음·진동을 잡는 일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우리는 위기에 더 강하다

포드에서 현대차로 옮겼을 때 문화 충격은 없었을까. 양 부회장은 "미국에서 20여년을 살았지만 저도 한국인"이라며 "정몽구 회장의 혼(魂)을 기울이는 리더십, 자기를 희생하면서 노력하는 연구원들이 오늘의 현대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유력 자동차 회사 대표와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우리 연구원이 1만명쯤 된다고 했더니 그 CEO는 '우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인력으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모델을 개발하느냐'며 놀라워했어요. 포드나 GM은 한때 '월드카'라는 명분으로 한 모델을 전 세계에 파는 전략을 썼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유럽·미주·남미·아프리카까지 모두 현지에 맞는 차를 만들어 팝니다. 이런 회사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올해 자동차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양 부회장은 "우리는 위기에 더 강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가장 크게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보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성장 여지는 더 큽니다."

양 부회장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리더'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야단을 잘 못 치기 때문에 행동으로, 기술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수를 문제 삼고 질책하는 조직 문화는 비용만 많이 들이고 효과는 하나도 거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선배가 봤을 때 뻔히 안 될 일을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걸 윽박질러서라도 못 하게 하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실패하더라도 놔둬서 본인이 경험하고 느끼게 하는 게 그 후배를 훨씬 빨리 성장하게 하는 길일 수 있습니다. 교육 비용을 치르는 거라고 생각해야죠. 실수하더라도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헌신하는 문화가 우리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