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혹시 중국의 전자상거래 부문의 전망은 어떻습니까."(미래에셋자산운용 이덕청 대표)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미국이나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뒤처진 상태입니다. 전자상거래를 하는 데 중요한 물류 서비스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입니다. 그만큼 물류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한데, 중국 물류 회사인 A사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주목됩니다."(홍콩 법인 최고투자책임자 리총)

"그 회사는 최근 브라질에도 입성했습니다. 브라질에도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브라질 역시 아직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승산이 있어 보여요."(브라질 법인 소속 올리버 레일랜드 펀드매니저)

지난 11일 오전 9시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건물 36층 미래에셋자산운용 화상 회의실. 반원 모양의 책상이 놓인 창문 없는 방에 이덕청 글로벌투자부문 대표와 펀드 운용 책임자, 애널리스트 등 6명이 모였다. 그러나 오늘 회의는 모두 11명이 한다. 나머지 5명은 정면에 있는 가로 150㎝, 세로 80㎝의 커다란 화면들 속에 있다. 화면이 3개인데, 각각 뉴욕과 홍콩, 상파울루의 현지 직원 2명, 2명, 1명이 들어 있다. 화면 속 회의 참가자들의 앞에 놓인 공책에 쓴 글씨까지 보일 정도로 화질이 선명하다. 화면 속 사람은 실제와 같은 크기여서 얼핏 보면 원탁에 사람이 둘러앉은 듯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건물 36층 미래에셋자산운용 화상회의실 모습. 이덕청 글로벌투자부문 대표(맨 오른쪽) 등 본사 직원 6명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접속한 해외 법인 직원들(화면 속 인물들)과 투자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화상회의 화면 3개 중 가장 왼쪽은 뉴욕, 가운데는 홍콩, 오른쪽은 상파울루 법인 직원들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열리는 이 회의에선 세계 여러 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 전략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는 2013년 한 해 동안의 글로벌 펀드 운용 전략을 짜는 회의를 겸했다.

서울에서 회의에 참석한 박경륜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은 오후 7시, 브라질은 오후 10시, 홍콩은 오전 8시인 한국의 오전 9시가 그나마 모두가 카메라 앞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이라며 "이메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얼굴을 보고 궁금한 사안들을 그 자리에서 묻고 답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고 말했다.

회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모두 9조2000억원의 글로벌 펀드를 굴린다.

펀드매니저인 안선영 글로벌주식배분 본부장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기나 각국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따라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바텀 업(bottom-up·아래서부터 위로)' 방식으로 찾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여러 종목의 이름이 빠르게 오갔다.

"미국의 보건 정책은 앞으로 한두 해 동안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무관한 제약주가 유리한데요, 당뇨 치료제를 생산하는 B사는 (당뇨 원인 중 하나인) 비만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회사가 만드는 인슐린 제제를 대체할 상품이 없다는 점에서 유망해 보입니다."(미국 법인 호세 모랄레스 최고투자책임자)

"4분기 실적을 보면 초고가 액세서리를 파는 C사의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D시계 회사의 실적은 매우 좋았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국경이 거의 사라진 전자상거래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찾아내고 있고, 브랜드만 보고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는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확인한 후 깐깐하게 제품을 골라 삽니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의 최종 선택과 무관하게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은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에서 많이 쓰이는 신용카드 E와 F사인 것 같은데요."(홍콩 법인 라울 차다 이사)

회의는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박경륜 본부장은 "세계 각국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기업이 속한 나라의 분석 자료만 봐서는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세계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수집한 다음 퍼즐 맞추기를 하듯 큰 그림을 만들어 내야 더 정확한 주가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퍼즐 맞추기'가 필요한 대표적 기업으로 애플을 꼽았다. 미국에서 나오는 애플 관련 보고서들은 이른바 '홈 바이어스(home bias·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심리)' 때문에 대부분 애플을 실제보다 고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불패' 정서와 비슷하다.

박 본부장은 "애플 주가의 정확한 전망을 위해서는 '애플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대만 업체가 파업에 돌입했다' '중국 부품 공장에 애플로부터의 주문이 1월에 얼마 깎였다' '브라질 사람들의 손에 점점 중국산 저가폰이 많이 보인다' 같은 정보의 조각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