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일상에 등장한 와인 3종이 국내에서 모두 판매됐다.

14일 와인업계에 따르면 상당한 수준의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이 회장의 만찬에 사용된 3가지 와인의 향과 맛을 확인해 보려는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해당 와인이 모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돔 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 2003년산 스페샬 에디션

지난해 이 회장의 생일 만찬에 등장한 20만원대 프랑스 와인 ‘이기갈 꽁드리유 라 도리안(Condrieu La Doriane)’가 품절된 데 이어 올해도 이 회장이 마신 와인이 모두 판매되는 ‘이건희 와인 신드롬’이 재연된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의 72세 생일만찬에 나온 와인은 ‘돔 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Dom Perignon by David Lynch) 2003년산(産)’, ‘케이머스 카베르네 쇼비뇽 스페셜 셀렉션(Caymus Cabernet Sauvignon Special Selection) 2009년산’, ‘팔메이어 샤도네이(Pahlmeyer Chardonnay) 2009년산’ 등이다.

최고급 샴페인으로 평가받는 ‘돔 페리뇽 바이 데이비드 린치 2003년산 스페샬 에디션’은 이 회장이 마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모두 팔렸다.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돔페리뇽은 TV드라마 ‘트윈 픽스(Twin Peaks)'의 제작자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린치가 라벨과 박스 포장을 디자인해 판매한 한정판으로 국내에는 1000병만 수입됐다.

케이머스 카베르네 쇼비뇽 스페셜 셀렉션 2009년산

강렬하고 생생한 미네랄향을 담고 있고 깊고 단단함이 오랫동안 입안에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3대 와인 전문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4점을 받았다. 국내 일반 소매점에서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 와인을 수입·판매하는 MH샴페인&와인즈코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술을 판매했지만, 이 회장의 생일 만찬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며 수입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돔 페리뇽뿐 아니라 이날 행사에 제공된 레드·화이트 와인도 모두 판매됐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들 와인은 워낙 생산량이 적어 추가적으로 수입돼도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다.

레드와인인 미국의 ‘케이머스 카베르네 쇼비뇽 스페셜 셀렉션(Caymus Cabernet Sauvignon Special Selection) 2009년산’은 작년 9월 말 국내에 약 240병이 수입됐다. 행사 전까지 70병가량이 소진됐고, 행사에 사용된 60병을 제외하고 110병가량이 남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마신 와인으로 알려지면서 판매가 끝났다. 나라셀라는 최근 인기를 반영, 이 와인을 조만간 추가로 수입할 계획이다.

케이머스는 시중에서 병당 약 50만~60만원에 판매된다. 지난해 이 회장의 주최한 만찬에 등장한 레드와인이 2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정도 비싸다. 두터운 탄닌과 단단한 느낌이 드는 와인으로 이날 이 회장이 주최한 만찬에 메인 요리로 나온 고급 쇠고기 스테이크 등 붉은빛을 내는 육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팔메이어 샤도네이 2009년산

화이트 와인으로 사용된 미국의 ‘팔메이어 샤도네이 2009년산’은 주문한 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희귀와인이다.

이 와인은 레몬 골드 색 색감에 버터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20만원대 와인이다. 세계 3대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로부터 95점을 받았고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점수는 93점이다.
 
부띠크&컬트와인 전문 수입업체인 CSR은 지난해 10월 팔메이어 샤도네이 100병을 수입해 판매하고 남은 물량을 모두 이건희 회장이 주최한 만찬행사에 공급했다. 소매상들로부터 주문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워낙 희귀이라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마신 와인이 알려지면 모두 판매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 회장이 마신 와인을 찾는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물량에 한계가 있어 추가로 공급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