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 6월엔 해외 변수가 한국 증시를 지배했다. 해외 호재는 한국 증시 호재로, 해외 악재는 한국 증시 악재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그리스 탈퇴 논란으로 촉발된 유로존 해체 위기로 증권사 투자전략 팀장들은 유럽 경제부터 역사까지 유럽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글로벌 증시 동조화 현상도 상당했다.

올 1월 증시에선 한국 변수가 코스피 지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국내외 투자자들은 금리 동결에 대한 실망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곤두박질 쳤다. 중국 지표 호조, 뉴욕 증시 강세 등 해외 호재는 환(換) 공포 속에 묻혀 버리고 코스피 지수도 내리막을 걸었다.

환율 악재에 직격탄을 맞는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한 수출주, 이른바 전차(電車)군단이다. 현대차 3인방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034220),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된서리를 맞다 보니 코스피 지수가 좋을 리가 없다.

당분간 투자 전략을 짤 때 코스피 지수 고려 비중을 다소간 낮추면 어떨까. 지지부진한 코스피 지수만 바라보다가는 개별종목의 선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선호가 살아나고 있고,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금도 늘고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비싼 전차군단을 팔아치운다는 것은 다른 개별 종목 주가 상승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류용석 현대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대형주에 불리한 현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개별 상황에 유리한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을 좀더 살펴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수준이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펀드 정보 제공업체 EPFR이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 흐름을 집계한 결과 신흥시장 관련 주식형펀드로 18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순유입 규모는 74억6000만 달러로 전주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펀드 흐름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초로 주간 순유입이 7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펀드 운용 기준(벤치마크)을 변경하면서 국내 자금 이탈이 시작됐지만, 경쟁사 펀드(블랙록자산운용의 iShaeres)에 자금이 몰리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선호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식상한 종목 발굴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중국 도시화 수혜주, 박근혜 정책 수혜주, 원화 강세에 유리한 종목, 분명한 호재를 가진 종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창하게 말하면 채권 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식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익숙해져야 한다.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오늘날도 그럴 것이라는 가정 자체를 버려야 한다. 빌 그로스 핌코 CIO는 2008년 이후 새로운 표준(뉴노멀)을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률, 이른바 3저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구조적인 역풍(첫째는 과다한 부채를 줄이는 데서 오는 긴축, 둘째 세계화 효과 감소, 셋째,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넷째 인구 감소)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 경기 회복 = 한국 경기 회복'이라는 등식이 유효한지 2013년 버전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스스로 제조업을 키워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한다"면서 "미국이 아시아 국가를 위한 큰 손 역할을 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우, 유휴 설비가 남아돌기 때문에 예전처럼 중국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한국이 중국에 장비나 소재를 수출하는 길이 열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