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10%를 메뉴판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받고 있는 S레스토랑의 영수증

10일 오후 1시50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 2층에 있는 S 레스토랑. 김윤희(가명·35)씨는 한 패션업체가 만든 이 체인 레스토랑에서 직장동료들과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르곤졸라 피자(1만7000원), 디마레 스파게티(1만8000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1만4000원), 시저샐러드(1만5000원)를 먹은 뒤 4명이 1만6000원씩 총 6만4000원을 모아서 내자, 점원이 6400원이 부족하다며 더 내라고 말했다.

김씨는 주문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에 “총 6만4000원 아니냐”고 묻자 레스토랑 주인은 “부가세 10%는 별도”라고 말했다. 음식값 6만4000원만 생각하고 부가세 6400원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김씨는 나머지 메뉴판을 다시 살펴봤다. 메뉴판 왼쪽 하단에는 “부가세 10%는 별도입니다”라는 문구가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이날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삼겹살집. 올해부터 음식점 고깃값의 100g당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고깃집은 항정살 150g을 1만2000원에 팔고 있었다.

“100g에 얼마인가요?”라고 묻자 음식점 주인은 불쾌하다는 듯이 힐끔 쳐다보며 “100g씩은 안 팔아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음식점은 메뉴판에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등을 모두 합한 최종 가격을 적어야 한다. 기존에는 음식값과 별도로 표기할 수 있었다.

고기를 파는 음식점이라면 1인분 가격 외에 100g당 가격이 얼마인지도 밝혀야 한다. 또 신고 면적이 150㎡(약 45평) 이상인 음식점에서는 주요 메뉴와 가격을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정된 가격 표시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업소의 경우 1차 위반은 시정 명령, 2차는 영업정지 7일, 3차는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조선비즈 취재 결과 이 같은 사항을 지키지 않는 음식업체들은 여전히 많았다. 음식점주들은 제도가 바뀐 줄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일부 업체는 메뉴판을 새로 만드는 비용도 부담된다며 “버티고 있다”는 곳도 꽤 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4월까지 계도 기간을 갖기로 해서 그런지 메뉴판을 교체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호텔, 고급 음식점 등에서는 부가세, 봉사료 등을 포함한 가격을 최종가격으로 표시하도록 한 바뀐 표시법이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층 라이브러리 커피숍. 부가세, 봉사료 등을 별도로 표기하는 것이 금지되고 최종가격에 포함하도록 하면서 호텔 메뉴판의 커피, 차, 케이크 등의 가격은 전보다 약 4000원~5000원가량 올랐다. 카푸치노와 조각 케이크 1개 가격이 이전(2만6000원)보다 5460원 오른 3만1460원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직장인 강소라씨(35)는 “(부가세를 별도로 표기하는 것은) 가격 왜곡의 대표적인 산물이었는데 통합 표기함으로써 소비자가 메뉴를 선택할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차모(52)씨도 “과거의 경우에는 무의식중에 소비자가 메뉴 가격으로만 판단해 합리적인 소비에 방해됐었던 것 같다”며 “이번 가격표시제 변경은 당연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