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객들은 올해도 거래 저축은행의 안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2011년 이후 저축은행 24곳이 무더기 퇴출을 당했지만, 앞으로도 퇴출 가능성이 큰 저축은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8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을 기준으로 1년 후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을 예측한 결과,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14개의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진 저축은행은 금융 당국의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일정 기간 안에 자본금을 늘리는 것 같은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면 영업 정지를 당한다. 금융 당국의 이번 분석은 현재 영업 중인 93개사 가운데 이미 BIS 비율이 5%에 미달하는 곳과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인 곳 등 26개 저축은행을 제외한 67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조사 내용과 저축은행 건전성 강화 대책을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상반기 4곳, 하반기 4곳 추가 퇴출될 듯

금융 당국은 BIS 비율 5% 미만인 14개 저축은행 가운데 10곳은 대주주의 증자 등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지만, 4곳은 하반기에 영업 정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2개의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2개 저축은행은 금융 당국이 상반기에 증자 등을 통한 경영 정상화 기회를 부여한 뒤 실패하면 퇴출시킬 예정이다. 결국 저축은행 8곳이 올해 퇴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들 8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7조원이 넘어 저축은행 업계 총자산의 14%에 달한다. 또 8개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발행액이 1500억원대로 추정돼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 많은 저축은행이 부동산 대출과 서민 신용대출의 연체율 상승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의 비중이 20.5%에 달해 은행(1.4%)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에 빌려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절반가량이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당기순이익이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적자액이 2011년의 2조7000억원에 비해선 다소 줄었지만, 부산·솔로몬 등 대형 부실 저축은행들이 퇴출됐기 때문이지 경영이 개선됐기 때문은 아니다.

금융 당국, 예금 유치 제한 검토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보호 등 저축은행 뒤처리에 쏟아 부은 돈이 35조원에 이른다.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자산이나 총여신 등을 기준으로 2%에도 못 미치지만, 금융권 전체 부실 뒤처리에 들어간 지원금(138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이 투입됐음에도 저축은행들은 서민들의 급전 조달을 돕는 소액 신용대출 기관이라는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신규 대출의 절반은 대출 중개의 대가로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대출 모집인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고비용 구조 탓에 개인 신용대출은 금리가 연 36%에 달해 대부업체 대출 금리(37%)와 대동소이하다.

금융 당국은 새해 중점 사업의 하나로 저축은행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인원 감축, 후순위채 발행 제한 등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근본 대책으로 저축은행의 총 수신 한도를 자기자본의 12배 이내로 묶는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들이 예금 유치가 제한돼 몸집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또 저축은행 대주주의 비리와 전횡을 막기 위해 대주주의 주식 소유 한도를 15%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93개 저축은행 가운데 대주주가 개인인 곳이 40%에 달한다. 저축은행이 개인 회사 같은 성격을 갖다 보니 지난해 퇴출된 저축은행 중에는 대주주가 신용불량자인데도 금융회사 오너 역할을 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은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신용도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며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회사라는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종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