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회사 파나소닉은 2011년 초소형 드럼세탁기 '쁘띠 드럼'을 출시했다. 한 사람 분량의 빨래를 그때그때 처리할 수 있도록 세탁용량을 보통 세탁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이 세탁기는 S족(솔로족·1인가구)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 덕에 파나소닉의 드럼세탁기 매출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식품 회사인 '기코만 식품'은 40년 만에 주력 상품인 간장의 기본 포장을 1L에서 0.75L로 줄였다.
미국 식품회사 네슬레는 간편 냉동식품인 '린 퀴진(Lean Cuisine)'의 2인용 포장 비율을 대폭 줄이는 대신 1인 포장 비율을 늘렸다. 이 제품을 먹는 사람 중 90%가 홀로 식사를 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참고해 내린 결론이었다.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S족을 겨냥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라 지혜를 짜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1년 1인 가구는 2억8000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2020년까지 18%가 늘어나 3억3000만 가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가구 6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가 된다. 나 홀로 가구 팽창 현상을 다룬 책 '솔로로 살기(Going Solo)'의 저자인 미국 뉴욕대 사회학과 에릭 크라이넨버그 교수는 "솔로의 빠른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출현 이후 인류에게 일어난 가장 큰 사회적 변화"라며 "지구에 이토록 많은 1인 가구가 존재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중국·일본이 나 홀로 가구 3대 대국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3600만명의 솔로'가 활동할 예정인 미국이다. 중국과 일본이 그 뒤를 잇는다. 이 세 나라의 1인 가구는 2020년이면 전 세계 1인 가구의 26%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은 50년 전의 2배 수준인, 전체 가구의 28%로 늘었다. 뉴욕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1인 가구다. 이 때문에 솔로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뉴욕에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화조차 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뉴욕 전역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만든 '심리스(Seamless)', 주인이 일할 동안 집에 남은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pet sitter)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령화로 가장 먼저 '나 홀로 신드롬'을 겪은 일본의 1인 가구는 미혼 인구 증가까지 겹치면서 2020년쯤 18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1인 가구는 현재 1600만명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 솔로 마케팅으로 초점 이동
솔로 인구가 빠르게 늘자 지금까지 '4인 가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타깃도 '1인 가구'로 바뀌고 있다. 경제잡지 포천은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이 '틈새 집단'에서 '새로운 소비 동력'으로 바뀌면서 큰 기업들의 광고에 솔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횟수가 크게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 나 홀로 가구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인(多人) 가구보다 구매력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의 1인 가구는 1인당 연평균 3만4471달러를 소비하는데, 이는 결혼하고 아이가 없는 부부보다 20% 가까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안신현 수석연구원은 "세계 1인 가구는 거대한 소비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도 글로벌 1인 가구의 특성과 필요를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군을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