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다. 올해 화두(話頭)는 한마디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가전'이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최고(最高) 화질, 최대(最大) 크기, 스마트(Smart) 기능을 앞세운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다.
◇또렷함을 넘어 현장에 있는 것처럼
CES를 대표하는 제품은 TV다. 삼성·LG는 울트라 HD(UHD·초고화질) TV를 간판 상품으로 내세운다. UHD TV는 기존 풀 HD급보다 색을 구현하는 화소(畵素)가 4배 더 촘촘히 배치돼 훨씬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일반 가정의 TV 시청 거리는 대략 2~3m. 가전업계에 따르면 2m 앞에서 TV를 볼 때 인간이 식별할 수 있는 최고 화질은 43ppi(인치당 화소 수)이다. 3m에선 29ppi다. 1인치 안에 그 이상의 화소가 담겨 있어도 인간의 눈으론 인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LG전자가 전시하는 84인치 UHD TV는 1인치에 52개의 화소가 담겨 있다. LG 관계자는 "눈으로 정확히 구별하지 못해도 화소가 많아질수록 최대한 현실과 가깝고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55·65인치 등 다양한 UHD TV 모델도 내놓아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한 발 더 나아가 UHD보다 4배 더 선명한 제품(일명 '8K TV')까지 개발한 상태다. 화질 경쟁은 TV 화면의 대형화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화면이 커진 만큼 해상도도 함께 높아져야, 화면이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크게…100인치대 경쟁
크기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110인치 UHD TV를 공개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본 파나소닉·샤프 등 글로벌 업체들도 100인치 이상의 대형 UH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전업계는 통상 TV 화면의 대각선 길이(인치)를 0.4로 나눈 수치를 최적의 시청거리로 본다. 예를 들어 40인치 TV라고 한다면 100인치, 즉 2.54m 떨어져서 봐야 TV가 제일 잘 보인다는 얘기다. 100인치 TV는 최소한 6m 이상 거리가 필요하다. 이보다 가까이에서 보면 영화관의 맨 앞줄에 앉아 있는 것처럼 한눈에 화면이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 가정에서 이 정도 시청 거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인치 TV는 이미 '가전(家電)'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면이 크고 해상도가 높으면, TV 시청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있는듯한 임장감(臨場感)을 줄 수 있다"며 "기업체나 영업매장 등을 중심으로 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TV 대형화가 3D(입체영상) TV의 보급, 디자인 개선 등과 맞물린 효과란 분석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3D TV는 몰입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TV 화면이 작아 보이는시각적 효과가 있다"면서 "TV 대형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 세계 디지털 TV 시장 규모는 2억20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과 소통하는 스마트 가전
또 하나의 키워드는 '스마트(Smart)'다. 가전은 더 이상 우직한 고철 덩어리가 아니다.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고,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끼리도 의사소통을 한다. 삼성전자 'T9000' 냉장고에는 10인치 크기의 컬러 액정화면이 달렸다. 와이파이(무선인터넷) 기능도 내장돼 있다. 딸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엄마가 냉장고 화면으로 받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냉장고와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하면서 냉장고 화면을 통해 아이들이 방 안에서 노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TV를 보면서 '세탁 완료' '냉장고 문 열림' 등의 알림 메시지를 받아보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음성 명령만으로 작동하는 TV·로봇청소기·세탁기 등을 대거 전시한다. 리모컨 없이 마치 친구처럼 가전제품과 대화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주요 업체 간 제휴도 활발하다. 파나소닉·IBM 등 5개사는 LG가 중심이 돼 결성한 연합체 '스마트TV 얼라이언스'에 참가한다고 6일 밝혔다. 도시바·퀄컴 등 기존 회원사를 포함해 총 12개 업체로 늘었다. 연합체가 개발한 응용프로그램·콘텐츠는 회원사들의 스마트 TV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UHD TV(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초고화질 TV)
기존 HDTV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한 TV. 실제 경관과 TV 화면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다. 이 TV에 맞는 전용 콘텐츠나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PPI(pixels per inch)
화면 1인치 안에 화소(畵素·이미지를 표시하는 최소 단위)가 몇개나 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 수치가 높을수록 화질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