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주류업체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정부의 전자태그(RFID) 의무화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8년 가짜양주, 무자료 거래 등 불법 거래를 차단하고 숨은 세원을 양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양주에 RFID를 부착도록 하는 주류유통정보시스템 시범 사업을 시행했다. 시범 사업 당시 RFID 부착 대상은 윈저와 임페리얼이었다.

국세청은 이후 2012년 9월까지는 RFID 부착 대상을 스카치블루·킹덤·골든블루 등 국내 위스키로 확대했다. 그러나 외국산 위스키가 부착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국세청은 2012년 10월부터 조니워커·발렌타인·로열살루트·시바스리갈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입위스키에도 RFID를 부착하도록 했다.

위스키 판매업체들이 또다시 형평성을 이유로 정부의 RFID 정책에 반발하는 까닭은 최근 판매가 급증한 보드카·진·럼·테킬라 등에는 RFID 의무부착 제도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양주는 1.2% 성장했지만, 보드카· 진·리큐르 등의 매출 성장률은 81%로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통주인 막걸리 매출이 10.2% 감소했고, 소주가 7.6%, 맥주가 0.4%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드카· 진·리큐르의 매출 증가는 비약적인 수준이다.

주류업계는 이들 주류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까닭 중 하나가 위스키에는 RFID 부착을 의무화했지만 이들 술에는 RFID 의무 부착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 층에서 보드카·진·테킬라·리큐르 등을 선호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부의 규제가 느슨한 점을 이용해 클럽이나 카페 등의 술집에서 이들 술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이나 카페 등의 주점에서 손님들에게 RFID를 부착한 양주 대신 RFID를 부착하지 않은 리큐르를 판매하는 것이 탈세 등에 유리해 이들 주류를 적극 추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짜양주, 무자료 거래 등 불법거래를 차단하고 숨은 세원 양성화한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대로라면 이들 주류의 매출이 급증하는 만큼 RFID 부착을 의무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