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63) 교수는 매일 새벽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소변을 컵에 담는다. 그러고는 짠맛을 테스트하는 펜대 모양의 전자 염도계로 소변의 염도를 측정한다. 병원에 출근하여 오후 늦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소변 염도를 측정한다. 이렇게 하루 두 번의 소변 검사를 지난해 5월부터 매일 해왔다.

그의 수첩에는 지난 7개월 동안의 소변 염도 수치가 빽빽이 적혀 있다. 염도 측정 시간, 당시 혈압, 혈당, 맥박, 체중 그리고 만보계로 잰 하루 걸음 수를 깨알 같은 숫자로 촘촘히 기록했다. '새벽 소변'의 염도는 전날 저녁에 먹은 음식에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얼마나 많이 함유됐는지를 반영한다. 음식으로 섭취한 나트륨은 4~8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퇴근 소변' 염도는 아침과 점심의 나트륨양을 보여주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가 지난 7개월 동안 매일 자신의 소변 염도를 체크하여 수치 변화를 그래프로 만들고,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소변 염도가 높게 치솟은 날은 전날 회식이나 외식한 날”이라며 “그때는 혈압도 8~10mmHg 올라갔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매일 소변의 염도, 혈압, 맥박, 혈당, 걸음 수, 체중을 기록한 김성권 교수의 수첩.

데이터의 정밀함을 추구하는 내과 교수답게 그는 자신의 소변을 전해질 정밀 분석기에 넣어서 집에서 간이 염도계로 측정한 수치가 정확한지를 수시로 검증했다. 김 교수는 "나트륨 분석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서 소변의 염도를 기준으로 내가 하루에 얼마나 소금을 먹었는지 환산하여 수치화했다"고 말했다. 장기간 하루 두 번 소변의 염도와 혈압을 측정하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짜게 먹고, 그것이 혈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본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그만의 체험 실험이다.

그러자 놀라운 현상이 적나라한 수치로 드러났다. 소변 염도가 어떤 날은 급격히 치솟고, 어느 날은 떨어졌다. 이를 하루 소금 섭취량으로 환산하니까 WHO(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은 5g(1 티스푼)인데, 어떤 날은 19g(4 티스푼)까지 먹었다. 어느 날은 4g만 섭취했다. 널뛰기가 반복됐다.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g(WHO 권장량의 2.4배)이다.

김 교수가 소변 염도 변화를 일상 스케줄과 비교 분석했더니 소금 섭취량이 급상승한 날은 그 전날 저녁에 회식했거나 외식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변 염도가 낮았던 날들은 집에서 싱겁게 조리된 가정식을 먹은 날이다.

김 교수는 "한식집을 가든 고깃집을 들르든 일식집을 찾든 평소와 비슷한 식사량을 했음에도 그다음 날 내 소변 염도는 어김없이 급상승했다"며 "그런 날은 혈압도 영락없이 8~10(mmHg)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 외식 전체가 소금에 과도하게 절여 있고, 그걸 먹으면 먹을수록 혈압은 크게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가 이런 실험을 한 계기는 자신의 몸에 대한 성찰과 개혁에서 비롯됐다. 그는 고혈압과 신장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국제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100여편 실었다. 대한신장학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진료와 연구에 바쁜 생활을 보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다. 점차 혈압과 혈당이 오르고 체중이 불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많은 환자가 혈압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주범은 소금 즉, 나트륨 과다 섭취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위험성을 체험 실험으로 몸소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나트륨 과다 섭취에 따른 고혈압이 혈관 덩어리인 콩팥을 망가뜨리고 뇌경색, 심근경색증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를 출범했다.

김 교수는 "인공과 가공의 세상과 떨어져 사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우리의 10분에 1도 안 되는 0.5~1g인데도 건강하게 살아간다"며 "이를 보면 현대인이 외식과 가공식품의 범람 속에 얼마나 심하게 짠맛에 길들여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외식, 가공식품, 음식 재료, 가정식, 식습관 등 우리 사회 음식 산업과 제도, 음식 문화 전반에서 소금기를 빼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