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환포지션 한도 적용방식 변경ㆍNDF 포지션 규제 등 검토
정부는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 이후 원화 환율 절상 속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의 거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위험 자산 선호로 원화 환율이 새해 첫날부터 16개월 만에 1060원대로 떨어지는 등 쏠림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절벽 문제가 해소되면서 해외로부터 자본유입과 함께 환율 등 특정방향의 쏠림현상이 걱정된다"며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대응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도 "최근 환율 절상 속도가 심각하다고 본다"며 "미국의 양적완화가 자금 유입을 늘리는 요인이라면, 이번 재정절벽 협상 타결은 위험 자산 선호를 높여 원화 강세를 가속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환 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추가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추가 조치가 당장 임박한 것으로 보기엔 이르지만, 상황에 따라서 예전에 발표된 방안들을 도입할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7일 재정부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치를 행동에 옮긴 바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80원을 밑돌고 박 장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에 나온 조치였다. 환율 절상 일변도가 가속화된 현 시점에서 나온 이번 발언 역시 사전 예고성 구두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추후 대책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적용방식을 '직전 1개월 평균'에서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지난달 "선물환포지션 한도의 적용방식을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직전 한 달의 매 영업일 잔액을 산술 평균한 수치를 적용한다. 특정일 잔액의 한도 초과는 허용되는 구조다. 그러나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바꾸게 되면 하루라도 한도를 넘어선 안 된다. 매일 거래 규모가 고르게 이뤄져 규제의 실효성 커진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역외세력(외국은행이나 외국 투자자)의 달러 매도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환은행들의 차액결제선물환(NDF) 포지션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환 은행들이 보유한 NDF 매입포지션(선물환 매입)에 대해 지금보다 20%에서 최대 50%까지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면 자본금 100억원의 국내 은행이 있다면 지금은 30억원까지 선물환 포지션을 보유할 수 있지만 이 조치가 시행되면 선물환 포지션의 보유액을 NDF 매입 포지션 비율에 따라 최대 20억원으로 줄여야 한다. 역외를 조준한 것은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거래가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 매도로 이어진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절벽을 완전히 피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근 협상 타결에 따른 위험자산 가격 상승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 역시 "'절벽'이 해소됐다고 바로 180도의 평지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며 "(현 시점은)재정비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울기가 얼마나 될지는 좀 더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재정지출 자동 삭감 시기를 두 달 늦추는 데 합의했을 뿐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오는 3월1일이 되면 다시 재정지출 자동 삭감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