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친(親)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은 5~7년 내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당 95g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2018년까지 무공해차(ZEV) 의무 판매율을 16%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업체들은 주행거리가 긴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차의 대표주자인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장거리 주행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판매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주행거리 긴 친환경차 개발경쟁

제너럴모터스(GM)는 2009년 '쉐보레 볼트'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주행거리 연장차' 양산에 성공했다. 이 차량은 평소엔 모터 힘으로 달린다. 전기를 다 쓰면 휘발유 엔진이 작동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다 쓰더라도 달리면서 재충전하기 때문에 중간에 멈춰서는 일이 없다.

쉐보레 볼트를 타고 출퇴근 시간에 경기 일산에서 강남 역삼역까지 왕복 80㎞ 구간을 달려봤다. 볼트는 처음 64㎞는 전기로 달렸다. 남은 16㎞를 달릴 때는 엔진을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해 이를 즉시 충전해야 했다. 이날 소비한 휘발유는 0.75L였다. 주 5일 출퇴근할 경우(총 400㎞ 주행) 3.75L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L당 106㎞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차량에 들어간 비용도 5회 전기 충전비 5700원, 휘발유 값 7538원을 포함해 1만3238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정 구간을 왕복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적합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단점도 있다.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거나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왕복 가능"

도요타의 프리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는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타기 편한 친환경차로 불린다. 별도의 충전시설이 없어도 가정용 전기(220V)로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가 떨어지면 휘발유로 운행할 수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프리우스PHV를 타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려봤다. 'EV(전기차)'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EV가 표시되면서 전기주행 모드로 바뀌었다. 처음 26.4㎞ 구간은 배터리의 힘으로만 달렸고 그 뒤부터는 엔진 힘으로 달렸다.

언뜻 보면 구동방식이 쉐보레 볼트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프리우스PHV는 직접 엔진 힘으로 달린다는 점에서 볼트와 차이가 있다. 볼트는 엔진만으로 달릴 수는 없고 엔진은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만 한다. 도요타에 따르면 프리우스PHV는 한 번 충전해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 충전이 편리하고 연비가 우수해 북미와 일본에서 이미 1만5000대나 팔렸다.

올해 수소로 가는 차 양산 시작

현대자동차는 최근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성공했다. '투싼ix FCEV'가 그것이다. 이 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반응할 때 나오는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달린다.

현대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연료전지는 1965년 미국이 아폴로 달착륙선에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처음 개발했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가솔린차보다 효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이 장점이다. 지난 28일 '투싼ix FCEV'를 타고 10㎞ 구간을 시승해 봤다. 엔진이 없어 시동을 걸었을 때 진동과 소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연료만 수소일 뿐 구동방식은 전기차와 똑같았다.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

임태원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충전하면 600㎞ 넘게 달릴 수 있다"며 "1회 충전으로 100~150㎞를 갈 수 있는 전기차와 비교하면 장거리 운행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새해 투싼ix FCEV의 양산을 시작한다. 2015년까지 총 1000대의 FCEV차량을 제작해 국내외 공공기관에 공급할 계획이다. 2015년 이후에는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대량생산은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3년 정도 앞선 것이다. 다임러벤츠혼다·도요타·GM 등은 2015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고 있다.

임 실장은 "투싼ix FCEV의 초창기 시험제작 모델의 경우 대당 제작비가 1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면서 "2~3가지 주요부품을 국산화하면 제작원가를 5000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국의 수소충전소가 건설 중인 곳을 포함해 14곳에 불과한 점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수소연료전지차

차에 수소를 주입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달리는 차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것을 역이용한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