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에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대출 금리를 더 받겠다'고 하고 B기업엔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대출 금리를 깎아주겠다'고 하면 어느 기업이 더 열심히 일할까요. 금리 감면체계는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라 1년 전부터 준비한 것입니다."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은행장은 올 중순 기업은행 여신기획부와 IBK경제연구소에 비밀리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연 10.5%인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와 연 12%인 대출 연체 최고금리를 각각 9.5%와 11%로 낮추고 가산금리 체계를 폐지했을 때 은행이 입을 손실이 얼마인지 추산하도록 한 것이다.
조 행장이 '임기 내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추겠다'고 한 파격적인 '금리실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 행장의 마음 한켠에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약속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은행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은 손실이 난다면 실행할 수는 없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조 행장은 더 객관적인 손실액을 추산하기 위해 여신기획부와 IBK경제연구소를 경쟁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이동주 전 여신운영본부 부행장을 IBK경제연구소 소장으로 발령 내기도 했다. 당시 조 행장은 "그동안 여신지원을 하면서 위험 관리를 해 온 경험을 살려 이론 연구보다는 중소기업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조 행장은 여신기획부와 IBK경제연구소에 똑같은 자료를 주되 모의실험 결과는 서로에게 알리지 말고 따로 보고하도록 했다. 모의실험 결과 예상 손실액은 약 1000억원으로 양측에서 받아본 손실액 차이는 2%(20억원) 미만이었다. 1000억원 손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추정치를 신뢰할 수 있어 조 행장은 내년부터 최고 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춰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특히 기존의 가산금리 체계를 전면 폐지하고 감면금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 행장은 "감면금리 체계는 그동안 은행 중심이던 금리 체계를 고객 중심으로 바꾼 의미 있는 일"이라며 "기존의 가산금리 방식은 소비자들이 금리 산정체계를 알 수 없어 불만이 많았지만 감면 기준을 체계적으로 공개해 대출금리 결정 방식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감면금리 체계는 창업기업이나 장기거래 고객 등 고객별로 정책감면, 상품감면, 고객신용등급 감면, 담보 감면 등 다양한 감면사례를 표준화해 순차적으로 금리를 차감하는 제도다.
기업은행은 올 초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연 17%에서 12%로 내렸고 지난 8월부터는 다시 10.5%로 추가 인하한 바 있다. 대출 최고금리를 17%에서 10.5%로 내리면서 기업은행은 올해 약 30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금리를 9.5%로 낮추면 추가로 약 10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다. 조 행장은 "다른 은행들이 기업은행을 따라 대출 최고금리를 내린 것까지 합하면 올해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약 1조원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이익이 줄면 대출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조 행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문제지만 올해 대출금리를 대폭 낮췄는데도 1조원 이상의 수익이 났다"며 "은행은 일반 사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적정이윤이 발생하면 금리를 낮춰 고객의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동반성장이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대출금리 인하로 감소한 이익은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만회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약 3만7600개의 중소기업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