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사기꾼, 거짓말쟁이로 추락한 황우석 박사는 2008년쯤 마음을 추스르고 재기를 꾀한다. 자본금 13억원을 모아 줄기세포업체 에이치바이온을 설립한 것. 연구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황 박사는 회사 설립 이후 서울대로부터 줄기세포 기술 원천 특허를 넘겨받았고, 동물 복제 등 수익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황우석 박사의 이름값이 필요했던 온갖 뜨내기들이 에이치바이온 주변에 몰린 것은 당연하다. 황 박사는 “내 이름을 파는 짓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에이치바이온 출자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다. 출자자 중 한 명이었던 외국 국적의 변호사나 몇몇 후원자들이 코스닥기업과 손을 잡고 이른바 ‘황우석 테마’를 일으켰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무너졌다. 에이치바이온 지분 취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H1바이오, 뉴켐진스템셀, 그리고 쎄라텍이 상장폐지됐고, 황우석 박사의 장모인 박영숙씨가 설립한 회사 제이콤도 퇴출됐다. 디브이에스, 에스티큐브는 살아남았지만 현재만 놓고 보면 가까스로 숨만 붙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디브이에스는 관리종목 상태이기도 하다.

장외에 머물고 있는 에이치바이온도 초라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은 6억9200만원에 불과하다. 손실이 7억원 가까이 발생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 2010년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은 22억6500만원이었지만, 한해만에 16억원이나 줄었다. 설립 이후 결손금은 56억원이 넘는다. 한해 매출은 동물 복제 사업에서만 3억원 정도 발생하고 있다.

다만 최근 지분 2.3%를 취득한 글로스텍은 에이치바이온의 미래를 무척 밝게 보고 있다. 글로스텍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주요 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에이치바이온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2017년에는 659억원, 2018년엔 979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2030년쯤에는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스텍은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기 어려운 동물 복제보다는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 기술 등이 에이치바이오의 주력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매각을 주관한 회계법인측은 이와 관련, “에이치바이온이 보유한 원천기술에 대해 글로스텍의 주장만 받아들이고 주장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돌려 말하면 이번 딜은 사는 측에서 “더 비싸게 사야 한다”고 주장해 회계법인이 이를 받아들인 경우. 매수자는 보통 가격을 깎으려 시도하는 만큼 상당히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글로스텍이 43억원에 사들인 에이치바이온 지분 2.3%는 원 소유주(디브이에스) 장부에 600만원으로 잡혀 있었다. 에이치바이온이 원천 특허를 바탕으로 정말 회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