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광공업생산이 석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3분기(7월~9월)보다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지난 7월 이후 동반상승하는 등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출 개선에 힘입어 11월 경상수지도 월간 사상 최대인 6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들어 누적 경상수지는 409억7000만달러로 한국은행의 연간 전망치(340억달러)를 이미 70억달러 넘어섰다.

그러나 경기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월 경기지표 개선은 날씨와 같은 일시적 영향도 컸을 뿐더러 경기 회복을 이끌어야 할 투자가 여전히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재정절벽,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의 추세적인 회복을 말하기 위해선 내년 1~2월 지표까지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1월 생산·소비 지표 호조‥'날씨 반짝 효과'

생산·소비 등 주요 실물 경기 지표는 3분기 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2.3% 증가,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3.2%)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1.8% 늘어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달보다 0.8% 증가했다. 그 결과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1.1%, 전년 동월보다는 1.8% 늘어났다.

중국·일본·아세안 국가 등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대상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11월 수출액은 전달대비로는 2.1%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그러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수출은 오히려 각각 4%, -14%씩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6.8%), 스마트폰을 포함한 영상음향통신(6.8%), 컴퓨터(4.3%), 자동차(1.3%), 화학제품(0.4%)의 생산은 지난달보다 늘어났다. 이들 업종은 전체 광공업 생산의 40% 가까이 차지한다.(반도체 12%·자동차 11%·컴퓨터 1%·영상음향통신 6.5%·화학 7%).

내수 경기를 판단하는 소비도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3%, 전년 동월보다는 3.9% 증가했다.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2.3%), 의복같은 준내구재(5.6%)는 전달보다 소비가 늘었지만, 자동차 같은 내구재(-0.1%) 판매는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내수경기의 회복세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는 "11월 이른 추위가 소매판매와 광공업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투자는 두달 째 뒷걸음‥'안갯속 내년 세계경제'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점이 향후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에서 투자가 줄어들며 0.3% 줄었다. 두 달째 감소 중이다. 전년동월대비로도 9.3% 줄어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투자의 선행지표들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국내기계수주는 전기업, 전자 및 영상음향통신, 기타운송장비 등에서 감소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떨어졌다.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1.9%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2.2% 감소했다.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넉 달 만에 반등하며 68을 기록했지만 지난 6월(82)에 비해서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2013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0%로 3.0%로 크게 낮췄다. 특히 상반기는 전분기 대비 0%초반대 성장률이 이어지면서 'L자형' 성장흐름을 그릴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높겠지만 하방위험이 크고, 회복세는 잠재성장률에 못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저성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10월까지만 하더라도 3분기 저점 얘기가 나왔는데 지표들이 아직 엇갈리는 모습"이라며 "우리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 11월 경상수지 68억8000만달러 '사상 최대'

11월 경상수지는 68억8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치였던 7월(61억4000만달러)의 흑자 규모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올해 2월부터 10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흑자는 409억7000만달러로 한국은행의 연간 전망치(340억달러)를 이미 70억달러 추월했다.

수출이 많이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통관 기준 수출은 반도체ㆍ정보통신기기ㆍ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철강 제품ㆍ승용차 등이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47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434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입 증가폭 둔화가 주춤해지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흑자가 커지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는 다소 옅어지는 모습이다.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수출 호조로 10월 51억7000만달러에서 11월 67억5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지적재산권 및 여행수지 등의 악화로 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9월부터 두 달째 이어졌던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이중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10월 3억8000만달러에서 11월 5억7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한은은 “12월 경상수지도 전월의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흑자폭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11월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