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2008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택지조성 공사를 수주하면서 선급금과 기성금 77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대우건설은 2010년 7월 이후 지급된 200여억원 중 약 44%만 하청업체들에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어음으로 줬다. 협력사들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경기에 현금마저 말라 곤욕을 치뤄야 했다.

2010년 7월 개정된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에 따르면 원청업체(대우건설)는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자신이 받은 현금 비율 이하로 지급할 수 없게 돼 있다. 다시 말해 대우건설이 LH에게 공사대금을 100% 현금결제를 받았다면, 하청업체에도 전액 현금지금을 해야 하는 게 맞다.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은 위법행위를 한 셈이다.

대우건설·SK건설·롯데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들이 공기업인 LH로부터 현금결제를 받은 뒤 중소기업들에게는 어음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떠넘겨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LH는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기업에 하청공사를 맡기고도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일을 묵인했다.

감사원은 5월14일부터 6월18일까지 1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계약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대기업 건설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 중소기업에게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할 공사 대금을 어음으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건설은 LH로부터 100% 현금결제를 받고서도 중소기업들에게는 하도급대금의 88.6%를 어음으로 주었다. 롯데건설 역시 하도급 대금의 70.7%인 109억원을 어음으로 지급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어음을 결제해주는 바람에 회사가 부도 직전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이 개정되기 전인 2010년 7월까지만 해도 이 같은 관행이 횡행했으나, 지침 개정 이후로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원 발주처인 LH에게 있다. 하지만, LH는 대기업들의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않고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대우·SK·롯데 등 하도급 대금을 현금으로 받고도 수급사업자에게 어음으로 지급한 16개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나머지 공사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LH에 통보했다. 또 하도금 대금 지급 관련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 한국전력과 5개 발전자회사, 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들 공기업들 계약 담당자들이 입찰참가 자격을 과다하게 제한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동발전은 본사 사옥의 외부장식용 바깥벽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2개의 KS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그 결과 A사와 17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68억원 규모의 인천하늘고 열공급배관공사를 하면서 서울지방항공청의 실시계획 승인, 지식경제부의 공사계획 승인 등의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자격 미달인 인천하늘교육재단에 공사를 위탁했고, 하도급업체인 B사는 재단과 불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해 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에너지는 열배관을 과다하게 설치해 27억원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