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에릭슨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서로 특허침해를 이유로 수입금지를 신청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TC에 에릭슨이 무선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금지를 신청했다.

에릭슨도 지난달 27일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ITC에 수입금지 신청을 내고,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ITC 수입금지 신청은 에릭슨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삼성은 조만간 미국 법원에 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두 회사는 에릭슨이 보유한 표준특허 사용료 수준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은 에릭슨이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에릭슨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법적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시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릭슨이 자신들의 안방인 유럽 LTE 장비 시장으로 삼성전자가 사업을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에 LTE 장비 납품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8월 영국 이동통신사업자인 ‘허치슨3G’와 LTE 기지국을 포함한 상용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에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고 2017년에는 영국 전역에 LTE 네트워크를 깐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영국 이동통신사인 ‘쓰리(Three)’도 삼성전자 LTE 장비를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유럽 지역의 영업조직인 ENO(Europe Network Operation)를 영국에 만들고 유럽 LTE 장비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LTE 장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허치슨3G와의 계약도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긴 덕분에 빠른 속도로 체결됐고, 미국이나 멕시코 등 미주 지역의 LTE 장비 시장도 이 부회장이 틈틈이 출장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스마트폰 외에 자신이 직접 세계 1위로 일궈낼 수 있는 제품군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LTE 장비 시장이 가장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