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오래된 LCD 라인을 정리하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삼성테크윈도 일부 공장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강도 높은 '수시 사업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불황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내수침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어발 사업확장에 대한 정치권 비난을 피하겠다는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비주력사업을 청산하거나 유사 업종 간 합병으로 81개 계열사를 10% 정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모듈·터치 스크린 패널 기술을 갖춘 SEHF코리아와 LED(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하는 삼성LED를 흡수합병했다. 2004년 분사됐던 삼성광통신도 삼성전자에 재합병됐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 SB리모티브는 내년 1월 삼성 SDI에 합병된다. 삼성 관계자는 "비주력이나 부실 계열사를 외부로 매각하는 작업은 계열사 구성원들과 기반 지역사회의 반발로 상당히 어렵다"며 "대신 흡수·합병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력 재배치와 사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인력관리 부문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보다는 수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지난 9월 전체 인력의 10%를 에버랜드·호텔신라 등으로 전환배치했다. 삼성중공업도 건설 부문 인력 30~40명을 다른 계열사로 배치했다. 상시 효율화 작업을 위해 삼성은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재취업제도도 보강했다. 일부 계열사에 두고 있던 경력개발센터(CDC·Career Development Center)를 최근 주요 계열사들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교육은 물론 취업 알선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희망퇴직 등을 통해 2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청산하기로 했고, 삼성증권은 홍콩 현지법인 인력을 대거 줄였다.
삼성그룹 최고 수뇌부가 27일부터 이례적으로 1박2일 동안의 합숙 세미나를 여는 것도 이런 작업의 연장선이다〈본지 11일자 B1면 참조〉. 이 세미나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주재한다. 미래전략실 팀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 등 40여명이 모여 삼성전자의 1등 DNA를 다른 계열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 시작된 '수시 사업조정' 바람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8년 36개, 2009년 41개, 2010년 42개, 2011년 63개로 매년 계열사 수를 늘려왔으나 올해는 57개로 몸집을 줄였다. SK그룹도 96개였던 계열사를 합병을 통해 91개로 줄였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화학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를 합병했다. 포스코도 철강포장재 관련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자회사 리코금속과 나인디지트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스테인리스코일 판매 계열사인 포스코 AST와 포스코 NST도 내년 1월 합병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수·합병작업을 통해 사업 부문뿐 아니라 인력부문의 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경기 침체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시 사업구조조정과 함께 그때그때 인력 재배치 작업이 이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