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의 필수품이 된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 영상주행기록기'라고도 한다. 상시 녹화 기능을 갖춘 비디오카메라가 차량 주변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활용된다.

블랙박스의 대중화와 함께 블랙박스의 오작동으로 사고 순간을 녹화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례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주차 뺑소니 사고가 났지만, 영상이 없어 보상을 못 받게 되는 경우, 100% 상대편 과실의 접촉사고에서 녹화 영상이 없어 과실을 서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 등 실생활에서 수많은 피해 상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올해 12월 현재 누적 보급대수 200만대를 돌파할 만큼 빠른 속도로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블랙박스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따라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블랙박스 관련 불만 사례만도 2008년 11건, 2010년 640건에서 2011년 11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 수명 다한 메모리카드, 영상 저장 안 돼

블랙박스 오작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이 만들어낸 불량 블랙박스를 우선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영상을 못 담는 오작동은 고가 제품에서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반드시 메모리카드를 확인해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블랙박스는 크게 두 가지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을 기록하는 카메라와 그 정보를 저장하는 본체로 나뉘며 카메라 수에 따라 1채널, 2채널, 4채널로 구분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블랙박스의 카메라 기능과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카드를 반드시 점검할 것을 강조한다.

블랙박스에는 메모리카드가 들어있고, 여기에 블랙박스가 촬영한 영상이 저장된다. 메모리카드가 수명을 다했을 경우 블랙박스의 카메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촬영된 영상이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

◆ 메모리카드도 수명이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장착한 운전자들에게 "메모리카드에 수명이 있는 것 아세요?"라고 물으면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정보를 읽고 쓰는 메모리카드도 일정 기간의 수명이 있다. 메모리카드의 수명은 메모리카드에 데이터를 읽고 쓰는 횟수에 달렸다. 메모리카드에 정보를 읽고 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명은 짧아진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카메라가 24시간 작동하며 영상기록을 메모리카드에 저장하는데 메모리카드가 영상정보로 꽉 차면 오래된 기록부터 지우면서 새로운 영상정보를 덧씌우게 된다.

예를 들어 TLC 방식의 8기가 메모리칩은 최대 500번의 정보 읽기·쓰기가 가능하고, MLC 방식의 8기가 메모리칩은 최대 10000번까지 읽기·쓰기가 가능하다. 이를 시간으로 계산하면 TLC 방식 메모리칩은 블랙박스의 24시간 상시 녹화를 기준으로 수명이 최대 45일, MLC 방식의 메모리칩은 수명이 최대 3년에 달한다.

TLC 방식 메모리칩의 경우, 최대 500백 번의 읽기·쓰기 횟수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메모리카드의 기록저장 성능은 급격히 떨어지면서 블랙박스 영상이 100% 녹화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게 된다.

◆ TLC 방식 최대 500번, MLC 방식 최대 10000번 읽고 써

블랙박스, 카메라,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칩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NAND flash memory), 줄여서 플래시 메모리라고 한다.

플래시 메모리는 정보 저장방식에 따라 현재까지 ▲SLC(Single Level Cell), ▲MLC(Multi Level Cell), ▲TLC(Triple Level Cell) 세 종류가 있다. 메모리카드는 수많은 메모리 셀(cell)로 구성되어 있고 하나의 셀에 1비트 정보만 저장하는 게 SLC 방식, 하나의 셀에 2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게 MLC 방식, 하나의 셀에 3비트 저장하는 게 TLC 방식이다.

정보기록의 안정성, 신뢰성, 속도, 수명 등의 평가에서 가장 좋은 것은 셀 하나에 1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SLC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정보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며 수명이 오래간다. 하지만 SLC 방식은 생산 단가가 비싸 현재 휴대용 메모리카드용으로는 생산되고 있지 않다.

MLC 방식의 메모리카드는 현재 렉사(Lexar), 삼성 등 일부 제조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렉사의 경우 블랙박스용으로 쓰이는 마이크로 SD 카드는 모두 MLC 방식으로 생산된다. MLC 방식의 메모리카드는 5000에서 10000번의 정보를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 SLC 방식보다는 정보처리 속도가 늦고 수명도 짧지만, TLC 방식보다는 훨씬 우수하다.

TLC 방식은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가장 싸다. 샌디스크(Sandisk), 트랜센드(Transcend), 삼성 등에서 휴대용 메모리카드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해 USB 스틱과 같이 간단한 정보의 저장과 휴대에 많이 사용된다.

TLC 방식의 단점은 메모리카드 읽기·쓰기가 최대 500번 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5000에서 10000번의 읽고 쓰기가 가능한 MLC 방식 메모리카드에 비해 수명이 최소 10배에서 최대 20배 차이가 날 수 있다. 또한, 한 셀에 3비트 정보를 입력하기에 속도도 느리고 열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타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가격적으로도 경쟁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

MLC 방식과 TLC 방식 메모리칩의 제조원가는 약 30% 정도 차이가 있다. TLC 방식 메모리칩이 싸다. 하지만 메모리칩을 사용한 완제품 메모리카드 소비자가격은 두 방식이 약 5%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일부 사양의 제품은 판매가격에서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렉사의 MLC 방식 16기가 마이크로 SD카드와 샌디스크의 TLC 방식 16기가 마이크로 SD카드는 하이마트에서 같은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 차량용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블랙박스는 예측할 수 없는 결정적 순간을 감시하고 기록하는 장치이다.

하루 24시간 365일 작동하며 매 순간순간의 차량운행정보를 기록 저장하는 블랙박스는 당연히 신뢰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필요에 따라 사후서비스를 받는 게 필수이다. 블랙박스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촬영 각도는 잘 맞춰져 있는지, 뺑소니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화질이 만족스러운지 등을 확인해준다.

여기에 덧붙여 영상기록이 메모리카드에 제대로 저장되고 있는지 규칙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메모리카드 수명이 지나면 블랙박스 카메라가 작동을 해도 촬영 영상이 저장이 안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때는 새롭게 메모리카드를 교체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