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판매된 차량은 모두 349개 차종. 이미 두 달 전인 10월에 지난해 전체 실적(10만5037대)을 뛰어넘었고 14만대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성장세에도, 유독 2000만원대 저가 수입차는 고전을 면치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2000만원대 수입차는 총 2452대로, 전년(2854대)보다 14% 판매가 줄었다. 수입차 전체실적이 전년보다 무려 23.7% 성장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2000만원대 수입차는 전체 수입차 판매량(1~11월·12만195대)의 2% 수준으로 사실상 존재감이 떨어진다.

◆ 2000만원대 수입차 명암…닛산·혼다 '웃고', 미쓰비시·토요타 '울고'

2000만원대 수입차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은 닛산 큐브다. 큐브는 올해 1~11월까지 1381대를 팔아, 2년 연속 2000만원대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전년(1915대)과 비교하면 판매는 오히려 27.9% 줄었다.

닛산, 큐브 주행사진

큐브의 올해 실적은 같은 기간 판매 2위를 차지한 혼다 시빅과 무려 3배 이상 차이로 사실상 2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을 큐브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만원대 수입차 시장(2452대)의 절반이 넘는 56%가 큐브 판매량이다.

판매 2위는 올해 1~11월까지 454대를 판 혼다 시빅이 차지했다. 시빅은 출시 이후 40년간 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혼다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차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하지만 혼다는 다음 달 시빅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앞세워 판매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에 먼저 출시된 시빅은 지난달 현지 시장에서 3만75대가 팔리며 전년동기 대비 75.5%의 경이적인 판매 신장을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수입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2000만원대의 가격에도 판매량이 가장 낮은 차량은 무엇일까? 바로 미쓰비시의 랜서. 올해 1~11월까지 10대 팔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가격이 두배 가까이 비싼 고성능 모델인 랜서 에볼루션 판매가 9대인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그 뒤를 잇는 차량은 토요타 코롤라. 한국토요타 내부에서도 '눈물의 차'라고 불릴 정도다. 코롤라는 올해 1~11월까지 총 21대 판매에 그쳐 전년(280대)보다 판매량이 무려 92.5%나 줄었다.

이밖에 혼다 인사이트(177대), 푸조 207GT(131대), 지프 컴패스(128대), 시트로엥 DS3 1.4·1.6(78대·39대), 토요타 라브4(31대) 등이 낮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 코롤라

한편 수입차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스마트는 올해 1~11월까지 포투 쿠페가 104대, 포투 카브리올레가 81대 팔렸다. 스마트는 올해 총 185대가 계약돼 판매량이 전년(165대)보다 9% 늘었다.

◆ 가격 싼 데 왜 안 팔리나?…"국산차와의 경쟁에서 뒤져"

2000만원대라는 가격에도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옵션을 낮춰 수입한 것과, 국산차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푸조 207(위), 시트로엥 DS3(아래)

2000만원대는 총 12 차종(스마트 포함)으로, 대부분 소형이나 준중형 차량으로 가격대는 2240만~2960만원으로 구성됐다. 이 정도면 국산차로는 준중형급에서 중형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심지어 대형세단과 중형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다.

우선 동급인 준중형 국산차는 전 트림(옵션사양별로 분류한 등급)에서 수입차보다 저렴하다. 중형, 대형, SUV의 경우 기본모델이나 저사양 모델의 경우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형 싼타페는 2.0 4륜구동을 제외하고 전 모델의 기본가격이 2000만원대다. 준대형세단 K7 2.4 기본형 A/T도 2935만원에서 시작한다. 중형세단 쏘나타의 경우 전 트림의 가격이 2003만~2925만원이다. 이 밖에도 스포츠카 DNA를 가진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하이브리드 그랜드 스타렉스 등 다양한 차종 구입이 2000만원대에 가능하다.

랜서 실내인테리어(위),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아차 K7(기본형) 실내인테리어 모습(아래)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는 "2000만원대 수입차는 동급의 준중형 국산차와 비교하더라도 상품성 면에서 떨어지며, 같은 돈으로 더 큰 국산차를 살 수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기업의 타산을 따졌을 때 2000만원대 수입차가 브랜드파워·상품성 등에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기는 어렵고 3000만원은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마지막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상품성을 떠나서 큐브는 넓은 공간, 독특한 디자인, '이효리 차'라는 개성 등을 통해 2000만원대의 가격을 주고 샀을 때 고객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줄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결국 수입차 업계가 2000만원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가격뿐 아니라 높은 상품성과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감동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