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을 받아든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년 '빨간 날'을 세어 보는 것이지요. 연속되는 새카만 날들의 행렬 중간마다 끼어든 징검다리 휴일은 약방의 감초보다 더 달콤합니다.

4만5000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어쩌면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느긋하게 내년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차의 '2013년 휴일휴무 현황표'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에 최대 167.5일을 쉴 수 있을 전망입니다. 내년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합계 114일 외에도 노사 약정휴일(12일), 노조 선거 등 노조활동일(2.5일), 휴일중복 보상일(1일), 연·월차(근속 17년차 기준 38일) 등 53.5일을 추가로 쉴 수 있습니다. 올해보다는 이틀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임이 틀림없습니다. 주 5일 근무하는 일반 직장인들이 평균 140여일 쉬는 데 비해 이들은 한 달 가까이 더 쉴 수 있는 셈이지요.

현대차 노조원들이 이렇듯 풍족한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노사가 맺은 치밀한 단체협약 덕분이라고 합니다. '노동절, 노조 창립기념일, 설·추석, 기타 국경일' 등이 일요일과 중복되면 다음날을 유급 휴일로 지정하는 '휴일 중복 처리' 규정이 대표적이지요. 수년 전 공휴일에서 배제된 식목일과 제헌절도 이 회사 노사 협약엔 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휴일을 더할 수는 있어도, 도로 빼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이유로 산아제한 정책이 널리 시행되던 때 남성 노조원이 불임시술을 받을 경우 3일간 유급휴일을 주던 규정도 아직 남아 있고, 최근엔 거꾸로 복원수술을 할 경우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원 중에 실제 연·월차 38일까지 몽땅 챙겨 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연·월차를 쓰지 않고 일하면 통상 임금의 150%를 받을 수 있어서, 이 돈을 모으면 200만~300만원 상당의 목돈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현대차 역시 사무직은 부서장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 놓고 연·월차를 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