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은 깊었다. 조선·해운·철강 업종은 마지막 분기에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조선비즈가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들이 예측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4분기 예상실적을 집계해 본 결과 조선·해운·철강 업종 이익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업종의 이익도 줄고 있다. 올 한해 전체 실적으로 보면, 거의 모든 업종의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연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 여전히 우울한 조선·해운·철강

조선과 해운업의 추락이 4분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의 순이익이 30~40% 감소하고,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 기업들의 수주 실적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국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철강·화학 업종의 경우는 4분기 예상실적이 엇갈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등 철강 기업들의 이익은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호석유, 삼성정밀화학, 제일모직,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전분기 대비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4분기 예상 실적에선 금리 인하 영향으로 주요 은행들의 이익감소가 두드러졌다. 우리금융지주(316140)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고, DGB금융지주(139130), BS금융지주의 이익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내려가면 예대마진(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부분)을 낼 여지가 줄어든다.

◆ 백화점 날고 대형 마트 죽 쑤고

특이하게도 불황에 매출 직격탄을 맞는 백화점이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신세계(004170)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1%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고, 현대백화점(069960)롯데쇼핑(023530)의 영업이익도 각각 62.91%, 42.87%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덕분에 백화점마다 장사를 잘했다. 반면, 대형 할인점 이익은 크게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롯데하이마트와 이마트(139480)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0% 가까이 줄고 편의점 사업을 하는 GS리테일도 이익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GS리테일은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이익이 79%가량 증가해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IT업종, 나 홀로 우등생…전체 실적 전망은 내려가

증권사들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기업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소비재·금융·산업재·통신·에너지·소재·전기가스(유틸리티) 업종 등 거의 모든 업종의 영업이익이 올해 초 예상치보다 5~45%가량 낮아졌다. 전기가스업종의 올해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1월에 집계한 전망치보다 19일 집계한 전망치가 70%나 낮았다. 화학·철강 기업의 예상실적도 올 초 예상치보다 30~40%씩 줄었다.

전기전자(IT) 업종은 예외였다.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효과로 연초 예상했던 영업이익보다 연말 예상치가 20% 이상 더 높다. 4분기엔 SK하이닉스도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하고 LG디스플레이(034220)의 순이익은 10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우영무 HMC증권 센터장은 “전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실제 기업 이익은 빨리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극도로 늘어난 통화량 덕분에 주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