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녹색산업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던 전기차 테마주가 증시에서 또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AD모터스에 대한 상장폐지실실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한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이후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이 인정되지 않으면 AD모터스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AD모터스는 작년에 적자를 냈고, 2010년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당 2000원이 넘던 주가는 현재 60원대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테마주는 이명박 정부 초반 승승장구했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해 20조원 시장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계획을 믿은 투자자들은 전기차 테마주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전기차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운행 용도로 할당 구매했던 것을 제외하면 전기차를 실질적으로 산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격은 경차보다 비싼데 최대 속도가 시속 60km에 불과한 것이 문제였다. 가격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진 탓에 전기차 시장 자체가 아예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던 업체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전기차 테마주에 편입되어 주가가 오르던 일부 업체들은 AD모터스보다 앞서 증시에서 사라졌다.

대표적인 곳이 CT&T다. CT&T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수혜주였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이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기차 업계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CT&T는 지난 4월 정리매매를 거쳐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시속 60㎞ 미만으로 달리는 저속(低速) 전기차 보급을 내세웠지만, 겨우 100여대 판매에 그쳤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회사를 살리기보다는 청산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CT&T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경내에서 이 차를 타는 것을 보고 정부가 책임지고 육성하는 업체인 줄 알았다”며 큰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0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후발업체 지앤디윈텍은 관리종목 상태에서 최대주주가 바뀌는 우여곡절까지 겪고 상장폐지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차 관련 시장 규모를 수조원으로 예측한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과다 홍보했고, 업체가 실력도 안 됐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를 믿고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만 또 손해를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기대감에 의존해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관련 업체의 실적 추이를 보며 투자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