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105560)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ING생명 인수를 주도했던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리더쉽에 상처가 나게 됐다. 또 KB금융이 추진해 왔던 비은행부문 강화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KB금융지주는 18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안건을 상정,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2표로 찬성이 반수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일부 사외이사들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역마진 등 보험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마당에 2조4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보험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 의사를 굳히지 않았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 더 낮은 저금리 상태가 되면 적자 보험사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금융 측은 "경제적 판단을 기초로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내년 경제여건이 특히 불투명하고 저금리 장기화, 가계부채문제, 유럽재정위기 등 금융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점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어 회장이 최근 해외 출장에서 술자리 소동을 벌여 구설에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인수 승인이 나더라도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 사건을 탐탁잖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ING생명 인수를 승인하는 것은 오롯이 이사회의 몫"이라면서도 "인수가격, 매각조건 등을 승인의 최우선 조건으로 보되 어 회장의 술자리 소동이 사외이사들의 판단에 미친 영향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해왔다.

ING생명 인수 불발로 KB금융의 비은행부문 강화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9월말 기준 KB금융의 총자산 373조3520억원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77.4%(289조690억원)인 반면 비은행부문 비율은 22.6%(289조690억원)에 그치고 있다. KB생명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5위에 머물러있다. 만약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결정했다면 삼성·한화·교보 등 '빅3'와 농협에 이어 5위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둘러싼 사외이사들과 경영진간 갈등에 대해 KB금융의 이사회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 증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이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를 위한 거수기 노릇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 회장이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이어 ING생명 인수까지 무산되면서 레임덕(임기 말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상태)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