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내리고 엔저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6일 ‘최근 엔화 약세와 자동차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100엔당 원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자동차 수출액은 1.2%가량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로서 좋지 않은 소식이다. 달러당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차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액(453억달러)을 기준으로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연간 54억달러 이상의 수출액이 감소한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달러 대비 원화 강세에 따라 앉은 자리에서 수출액이 증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달 6일 만해도 1달러 당 1083원였던 환율이 1074원(14일 기준)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쏘나타 2.0의 기본모델 가격은 2만6000달러로 당초(6일)에는 2815만8000원을 벌었지만, 환율이 떨어지면서 2792만4000원으로 줄었다. 일주일 만에 환율로 인해 23만4000원을 손해보는 것이다.

이같은 ‘원고엔저’ 현상은 수출비중이 높고 일본차와 경쟁하는 국산차 메이커들에게는 가장 나쁜 조건이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가 올해 1~11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651만209대로 이 가운데 84%인 546만9992대가 해외판매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84% 달한다.

내년에는 특히 일본차 메이커들이 리콜사태·지진 여파 등 악재를 떨고 공격적인 신차출시, 판촉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국내 메이커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도요타 판매량은 올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고 혼다와 닛산 역시 각각 24%, 11% 증가했다. 또 도요타는 올해 10월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2012 차량 신뢰도 조사’에서 싸이언(북미시장 도요타 소형차 브랜드), 도요타, 렉서스(도요타 고급 브랜드)가 1~3위를 모두 석권하면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소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고엔저’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기조가 계속 된다면 그동안 국내 경제 및 산업이 누렸던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품질·브랜드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체들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