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우건설은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5억달러 규모의 '엘하라시 하천' 복원 공사를 따냈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를 관통하는 엘하라시 하천의 하구부터 상류까지 18㎞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에 이 공사는 올해 지역 다변화와 공종(工種) 다양화에 모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이 외국에 하천 복원 기술을 수출하기는 처음인 데다 하천 복원 사업은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의 주무대였던 중동이 아닌 북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① 대림산업 사우디 얀부 정유 플랜트 ② GS건설 아부다비 루와이스 산업단지 복합정유시설 ③ SK건설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④ 대우건설 나이지리아 바란 우비에 석유가스시설 ⑤ 쌍용건설 센토사섬 W호텔 ⑥ 포스코건설 앙가모스 석탄화력발전소 / 그래픽=김현지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질적으로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해외건설 3.0' 시대가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해외건설은 1970~80년대 사막과 정글에서 근로자들이 피땀을 흘려 외화를 벌었던 1.0 시대를 지나 플랜트·원자력발전소 등 대규모 공사를 집중 수행했던 2.0 시대에 와 있다.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 텃밭으로 만들 수 있는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지역적으로는 올해 중남미와 아프리카가 신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중남미는 최근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고 아프리카는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국가가 많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6월 중남미 베네수엘라에 정유공사를 따내면서 첫발을 디뎠다. 콜롬비아우루과이에서도 하수처리장과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은 경쟁이 치열한 중동 대신 중남미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초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를 인수했고, 지난 6월엔 칠레에서 17억달러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2건을 수주하는 기염을 통했다. 아프리카에서는 GS건설이 10월 알제리 국영석유기업인 소나트락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는 등 아프리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쌍용건설도 작년 처음 진출한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올해 4000만달러 규모의 몽고모 레지던스 공사를 추가로 따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은 "한국 건설사의 발길이 아직 뜸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중동에 이은 새로운 전략 지역"이라며 "정보가 부족하고 제도가 낯설어 어려움은 있겠지만 곳곳에 개발 추진 지역이 많아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공사 종류도 플랜트 위주에서 벗어나 토목·건축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전체 수주액 가운데 건축(25%)과 토목(14%)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였다. 지난해(토목 10%, 건축 13%)와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플랜트 등 산업설비 공사 비중은 73%에서 58%로 줄었다.

한화건설이 지난 5월 말 따낸 78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가 공종 다변화의 대표 사례다. 한국형 신도시는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새로운 수주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도 분당·일산신도시 등을 건설한 한국업체의 역량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동남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도로나 지하철, 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SK건설이 싱가포르에서 현지 업체를 제치고 5200억원 규모의 터널공사 2건을 한 번에 수주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난관이다. 국내 건설사의 텃밭이던 중동에서조차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공사 발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건설사도 공격적으로 공사 입찰에 나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저가(低價) 수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 발주되는 공사 중 상당수는 국내 업체끼리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이사는 "이제는 덩치 큰 공사보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