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오터|256쪽|1만2000원|도서출판 부키

"자녀의 학자금 마련과 나의 노후 준비 중 무엇이 먼저 일까?"

연간 대학등록금 천만원 시대. 대한민국의 부모들 가운데 자녀교육 보다 노후준비가 먼저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지난 9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 5명 중 1명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노후준비를 할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는 치솟는 등록금일 것이다.

똑같은 질문에 이 책의 저자 잭 오터는 '나 자신이 먼저다'라고 답한다. 1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경제 전문 기자 잭 오터는 이같은 해답에 고개를 가로저을 한국의 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이라면 20대와 30대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40대와 50대에 궁핍한 부모를 모시고 사는 편이 나은가?"라고.

이 책은 경제분야의 '해결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의 책'은 얼마전 한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두께는 제법 두텁지만 한 페이지엔 오직 한 문장이 적혀져 있다. 최근 2세를 언제 가져야 할지 고민이라는 출연진이 해결의 책을 펼치자 '실행에 옮겨라'라는 문장이 나와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단 한 문장으로 복잡한 경제문제를 정리한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6가지 주제(첫 시작, 주택, 자동차, 투자, 가족, 은퇴)의 44가지 딜레마에 대해 저자 잭 오터는 단순명료한 해답을 제시한 뒤 나름의 논리를 덧붙인다. 6가지 주제를 보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청춘부터 노후를 고민하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44가지 소주제 모두 누구나 한번씩은 고민해봤을 실용적인 내용들이다. 예컨대 '대출을 받아 대학에 다닐까, 대학을 건너뛰고 바로 취업할까',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까, 배낭여행을 떠날까', '오토리스를 할까, 할부로 구매할까'와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지갑보다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때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바로 자신의 감정과 금융회사의 속임수다. 어떻게 해야 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금융회사의 유혹을 피하면서 돈을 불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당장 재테크를 꿈꾸는 사람들보다는 이제 막 돈 굴리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잘못된 습관을 갖지 않도록 인도해준다.

이 책은 '경제도서'로 분류돼 있지만 인문서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학적 논리 대신 경험에서 우러난 설득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돈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재치있게 조언한다. "경험에는 지갑을 열어라. 하지만 가능하다면 물건을 사는 데는 돈을 쓰지 말아라."